목공 팀의 인부 중 한명이었고 그들 틈에서 헐렁한 군용 바지에 체크 남방, 검정색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망치질을 하고 있는, 그런 어린 남자에게 시선이 떨어질 줄 모르던 이명인.

하얀 아이, 마치 계집아이 같은 녀석에게 일순간 느낀 관능적인 충동이자 누룰 수 없는 호기심때문에 쉴새없이 눈이 가는 걸 막을 수가 없었죠.

 

"내 이런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옵니까? 취향 한번 독특하시네요. 적당히 하시죠." 라고 철벽방어하는 연지후를 보는 명인은 그 어느 순간보다 확신합니다. 연지후는 자신의 것이라고!

바라보는 지후 안엔 그를 자극하는 뜨거운 무언가가 있었고 갖고 싶은 건 갖어야겠다고 결심하지만 그녀의 아픔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컸고 그것을 깨트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기에 기다림은 필수였습니다.

어느 것 하나 그녀가 가진 전부를 갖고 싶었기에 인내하는 그앞에 한 손 들고 나타나고 그담엔 다른 한손, 양손들고 나타난 지후를 보듬기 시작한 명인은 희망을 갖기 시작하죠.

그리고 손안에 들어온 이상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었던 명인의 반격이 시작되고 여자로 산다는 것 자체를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지후의 갈등은 계속 고조되죠.

 

가볍게 넘어가기엔 지후의 삶이 너무 아팠습니다. 어쩌면 우리 윗세대 부모대에선 있었던, 아들을 바라던 시부모의 욕심으로 시달려야 했던 며느리, 손녀들의 공감이 제겐 있거든요.

장손인데 딸만 줄줄이, 세월이 지나도 지치지 않는 장손타령에 결국 낳아야 했던 이야기가 소설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라서 남자로 자라야했던 지후,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고 그녀를 위로해준 사람 하나 없이 살아온 삶이 안타까웠어요.

그런 지후에게 명인의 사랑과 온전한 믿음이 달라지게 한 게 아닌가 싶어요. 특히나 명인의 지후사랑이 결국은 지후에게 두려움을 주는 임신으로 이어지니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에서 여자라는 것을 인식한다는 게 얼마나 두려웠을지 공감되었습니다.

 

"여자로 돌아가는 것 따위 죽어도 싫습니다. 남자로 자랐고, 앞으로도 남자로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저주스럽게 태어난 이 몸을 한번 이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로 시작한 지후의 변화가 그녀의 인생에 행복을 위한 첫발이었고 그 이후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을 보니 보는 저도 행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