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했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 고단하고 가난한 삶속에서 아픈 엄마, 어린 두 동생, 그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던 스물넷의 난영에겐 산다는 것 자체가 버거움이었습니다.

엄마의 일터에서 잠시 보게 된 한 남자로 인해 그녀의 인생은 푸른 수염의 성으로 들어가게 되죠. 자신의 성으로 인도한 전재욱은 세상이 말하는 참으로 재수없는 남자였죠.

치떨리는 첫번째 결혼은 이혼으로 이어지고 두번째 부인의 어이없는 죽음 세번째 결혼할 뻔한 여자는 자살소동을 겪어야 했던 그에겐 결혼이 지긋지긋하죠.

넘쳐나는 돈때문에 지겨울 정도로 챙기겨야 하고 뜯어가는 가족과 친척들, 딸이 있었죠.

스물넷과 서른 한살, 어쩌면 많은 나이차이로 생각지도 못했던 접점없는 관계는 돈으로 철저히 계산되어 재욱의 곁에 머물게 되죠.

잠시라고 생각했던 시간은 5년이 지나고 그들의 관계는 난영의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흔들리기 시작하고 그 흔들림은 누가 누구에게 길들여졌는지 보여줍니다.

 

갑자기 닥친 난영의 불행은 어찌보면 그렇게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막바지에 이르던 때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리고 그와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차마 말릴수도, 그만 두라고 할수도 없었던 인간적인 선택에 그저 눈감아 보린 두동생들과 엄마의 입장도 이해가 가면서도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난영이를 따뜻하게 위로해주지 못하던 두 동생이 밉더라구요.

당당하게 요구하고 말하는 난영이가 좋았습니다. 신파로 울고 자신감없는 여주가 아니라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재욱의 성을 나와서 한발 한발 디딛는 모습을 보니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고 싶었고 등도 두들겨 주고 싶었어요. 수고했다고, 고생많았다고, 이젠 행복하라고~

 

인생이 그렇게 간단하고 쉬웠다면 재미없었을래나~ 싶게 재욱과 재욱의 식구들 모두가 난영이를 바라보게 합니다. 좋든 싫든 난영이를 찾게 만들죠.

그리고 재욱이 난영에게 상처 준것들을 깨달으면서 하나한 짚어가는게 너무 좋았습니다.

두리뭉실하게 풀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지나온 5년의 세월이 그저 흐른 것이 아니라 몸도 가고 맘도 가고 그리고 사랑도 생겨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푸른 수염의 성을 자기 발로 나왔지만 다시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슬프지 않고 기뻤지요. 그렇게 난영이는 강한 여자였습니다.

 

소재와 주제는 어찌보면 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공감도 이해도 나오는 것 같아요. 재욱이가 미웠지만 그의 달라진 모습과 행동과 생각에 저의 마음도 풀리기 시작했죠. 난영이에게 잔인했던 재욱의 가족들에게 갚아주는 모습도 제 속을 시원하게 만들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좀 더 파~줬음 싶었지만요^^

 

동화에서 보아오던 푸른 수염의 비밀처럼 비밀이 가득한 것은 아니지만 비유가 내용과 제목이 딱 입니다. 채현님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의 한사람으로 이번 < 푸른 수염의 성을 나오다>는 기대가 컸기에 무조건 ~ 나오자마자 흥분하며 읽기 시작한 작품입니다.

연재때부터 챙겨보다 연중에 이르기까지 사연많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작가님도 많이 힘드셨겠지만 연중으로 끝나지 않고 세상 빛을 보게 되어 기뻐요.

가끔씩 생각나던 난영이, 지금은 덮지만 조만간 다시 또 읽게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