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위트가 넘치는 만화를 그려 화제가 됐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출간까지 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고 한편으론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현재 만화와는 동떨어진 인천공항 외곽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그는
그림을 그리겠다는 젊은 시절 꿈은 못다 이뤘지만, 만화를 그리며 만화와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
이제는 어엿이 책도 출간됐으니 어찌 보면 그림의 꿈을 이룬 셈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그.
그런 그의 긍정적인 기운을 받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요즘에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서 인기를 얻어 책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짧지만 공감할 수 있는 글귀와 함께 일러스트가 어우러진 형식으로
어떻게 보면 요즘 트렌드보다 한발 앞서 이미 선보이고 있었던 셈이다.

 

 

 

책은 첫 장부터 술과 관련된 글로 시작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는 술을 참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술을 마시는데 까닭이 있어서도, 없어서도 아니고
변영로 선생님의 시처럼 청명해서, 날씨 궂으니, 꽃이 피었으니, 마음이 울적하니, 기분이 경쾌하니 한잔하고
봄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봄옷 대신 술을,
정다운 사람들과 술자리를 하다 보면 절로 드는 생각.

'행복이 별거냐! 사는 게 다 그런거지..'

 

 

 

보면서 많이 웃었던 컷들.
그림은 웃기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들이 참 심오하게 느껴졌다.

 

 

 

부모님의 나이를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오래 사신 것을 기뻐하고, 한편으론 나이 많은 것도 걱정해야 한다는 것에서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부모님은 왠지 죽음과 무관할 것 같고 천년만년 내 곁에 있어 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 당연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왜인지 자꾸 외면하게 되는 것 같다.

 

 

 

팔 수도 살 수도 없지만 줄 수는 있는 보물이 바로 마음이라며
마음껏 사랑하라는 문구로 시작했던 2장 '사랑 타령'.

개인적으로는 2장의 내용들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사랑에는 스킨십이 빠질 수 없기에 민망한 그림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익살스럽게 그려진 탓에 웃음부터 나오기도 한다.

 

 

 

3장은 '삶의 향내'라는 제목으로, 왜 최선이나 노력, 끈기가 필요한지를 깨우쳐주거나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글귀들이 많았다.

 

 

 

마지막 장은 낚시터와 그의 가족에 대한 내용들이 나온다.

노후 대비로 연금만 믿고 있다 큰일 날 수 있으니 아내에게 점수를 미리 따놔야 한다며
아내와 같이 눈 치우기를 하거나 매점의 싱크대와 선반을 수리해 주거나
주말에는 집안일을 거들어야 사랑받는다는 걸 보면서 참 가정적인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만화 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신문사나 OBS, SBS에 취재 및 출연하게 된 에피소드도
빠지지 않고 실려있었는데, 짧은 뒷이야기지만 그답게 참 재밌는 회상씬을 그려낸 것 같다.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우지 않았다는 걸 전혀 느낄 수 없었을 만큼
그의 그림은 표현력도 좋았고 푸근함과 따뜻함이 많이 묻어났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