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내게 여러 번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던 책.

처음에는 <머메이드>란 제목 때문에 단순하게 인어와 관련된 소설이겠거니 했지만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놀랐었고,
이 책을 받아본 후에는 에세이치고 두께가 상당해서 놀랐었다.

그 이후에는 표지를 만져보고는 부드럽고 보들보들해서 색다름에 놀라기도 했었다.
그리고 내용마저도 내게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태어나서 여섯 달쯤 됐을 때 부모님의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그나마 성하던 오른쪽 다리도 부러져 버려 무릎까지만 존재하는 다리.

그리고 손가락도 거미줄처럼 꼬여서 붙어있던 것을 최대한 고쳤음에도
왼쪽 손가락도 몇 개 되지 않아 자매들은 갈퀴라고 부르기도 했다.

네 살 무렵에야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그녀.

 

 

 

예전에 읽었던 <들리지 않아도>처럼 가족이나 주변의 도움이나 응원을 받아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내가 보아왔거나 들어왔던 외국 가정에서 자녀의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 아닌
방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부모들이 그녀를 대하는 부분은 화가 나기까지 했다.

4살 때 그녀만 거트 이모에게 맡겨놓고 가족끼리 여행을 간 것도 모자라
그때 찍은 비디오를 보기까지 했으며,
엄마가 아이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들이 나올 때는 경악하기까지 했다.
오히려 담배 냄새를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대목들에서 왠지 모를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을 돌봐야 했던 아이린의 엄마.
온종일 가사에 치여 해야 할 일이 수십 가지가 있으니 특정한 아이에게만 신경 쏟을 수 없는
그녀의 처지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아이린의 엄마는 대신 내 다리를 줄 수 있었으면 하기도 하고,
침대에서 떨어졌던 그 날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내게는 참 무책임하게만 느껴졌다.

 

 

 

이러한 모든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자립심이 저절로 생긴 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봤다.

만약 나도 그녀와 똑같은 장애를, 그것도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살아야 했다면
그녀처럼 밝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봤지만 나는 자신이 없다.

항상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장애가 없는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