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관련된, 의학에 관련된 책이라 어려울 것 같고, 왠지 꺼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분명 딱딱하고 지루할 것만 같은 책이었지만
예상외로 유머러스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던 책이니까.
물론 의학용어가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용어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큰 틀을 봤을 때 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이자 보스턴의 브리검 여성병원
레이먼드아담스신경과학부 최고 임상의이기도 한 앨런 로퍼.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과 대화나 관찰을 토대로
질병을 밝혀내거나 혹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치료를 하는 것인데
미드를 즐겨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내 미드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하우스 박사와 그 팀원들이 에피소드마다
환자의 병명을 밝히고 치료를 하는 그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아픈 뇌를 이해하기 위해서, 환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MRI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스캔과 테스트 결과를 봐도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문제를 환자의 침대 옆에서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말을 잘 못 하거나 정신이 멍하거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도 있어서
표준 테스트 결과를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몸짓, 움직임, 억양, 반사적인 반응 같은 것을
모니터 대신 환자와 이야기하며 꼼꼼히 살펴봐야지만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있고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

 

 

대장내시경 검사 때문에 언어 장애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
아무 이유 없이 발생한 정신병으로 전신발작을 일으키는 여자,
서서히 타들어 가며 능력을 하나하나 무너뜨리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로퍼 교수를 두 명의 의사라고 우기는 남자 등
책에는 정말 특이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MRI 스캔 결과를 미루고 심한 두통과 열이 있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헤르퍼스 뇌염을 떠올리고 치료하기도 했고,
광견병에 걸린 것처럼 침을 흘리고 있느냐는 질문을 통해
난소성 기형종을 알아내기도 했다.

수두증 때문에 머리에 구멍을 뚫어야 했던 환자도 있었고,
62세의 콜롬비아 여성은 섹스 때문에 일과성 건망증을 겪기도 했다.

 

 

 

환자가 증상을 말하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환자가 보내는 신호를 통해 진짜인지 아닌지 알아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눈이 안 보인다고 주장하는 환자에게는
100달러짜리 지폐를 눈앞에 대고 흔들었을 때 자기도 모르게 힐끗 본다거나
거울을 비췄을 때 눈이 거울 속 눈을 따라가는지를 살펴보면서 확인하기도 한다.

 

 

루게릭병이나 파킨슨병, 뇌사처럼 안타까운 내용도 있었지만
뇌의학이라는, 신경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진심으로 환자의 원인 파악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따뜻함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