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그림이랑 그다지 친하지 않다.
그냥 그림이나 미술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게만 느껴지고

뭔가 아는 사람만 즐겨야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이 책은 그림에 대한 설명이 주가 아니라
저자의 일상에 대한 글과 함께 어울리는 그림들을 감상하는 형식이라
그림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그림에 대한 딱딱한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고
단지 저자의 일상이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서
그림 감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안겨준 것 같다.

 

 

 

귀스타브 쿠르베 「해먹」

그녀 역시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기 때문에 하루쯤엔 게을러도 괜찮다며 토닥이며 소개한 그림.

남편이 이직한 미국 회사나 프랑스로 이직한 한국인의 일화가 예로 나왔는데
칼퇴근은 꿈도 못 꾸고 야근이나 회식을 밥 먹듯이 하는 한국 사회와 달리
근무시간 이후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이 참 부럽다고 느껴졌다.

 

 

 

유진 드 블라스 「새로운 구혼자」

표정이 어찌나 리얼하게 그려졌던지 나도 모르게 그림을 보며 웃음이 새어나왔다.
저자 역시 수다를 능청스럽게 포착한 그림이 또 있을까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외국이나 한국이나 여자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수다를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피에르 에두아르 프레르  「어린 가정부」,  「추운 날」

저자의 어릴 적 추억과 함께 소개되었던 그림들.
색채는 어둡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림들이 인상적이었다.

 

 

 

메리 커셋 「아이의 목욕」

숨을 쉴 때마다 아이의 볼록한 배가 오르락내리락할 것만 같다는 저자의 말처럼
모성애가 느껴지는 그림.

실제로 그녀의 엄마도 옛날 생각이 난다며 이 그림이 참 좋다고 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왠지 우리 엄마에게도 보여드리면 참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리튼 리비에르 「교감」

소녀의 표정도 표정이지만 어깨에 기대고 있는 개의 표정이 너무 생생해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나도 저렇게 체온을 나누고 온기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앙리에트 브라운 「수녀의 자비」

저자가 인도의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일주일간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던 이야기와
함께 수록된 그림.

사진으로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아픈 아이의 자포자기한 듯한 표정과 대비되는
수녀의 경건하고도 평온한 표정의 조화가 너무 아름다웠다.
아름답다고 말을 꺼내기가 죄스러웠을 정도로.

 

 

 

에드윈 오스틴 애비 「포푸리」

향기로운 집 냄새를 위한 힘겨운 과정과 함께 그녀만의 비법을 들어볼 수 있었다.
바로 꽃과 포푸리를 이용한 것이었는데, 포푸리는 만드는 법까지 있어 매우 유용했다.

향기로운 꽃내음으로 가득한 그녀의 집 내음이 매우 궁금해진다.

 

 

 

윌리엄 헨리 마겟슨 「애프터눈 티」

우체국을 등지고 걷다 길 끝 파란색 문 안에 자그마한 카페 하나.
주인 아주머니가 요리도 하고 파이도 굽는 곳.
소박하면서도 맛이 참 좋지만 무엇보다 끝내주는 홍차가 있는 곳.

바로 그녀만의 단골 카페이다.

설명만으로도 나도 단골로 하고 싶었을 만큼 궁금증을 자아낸 그때,
티 타임을 즐기는 청초하고 우아한 여인의 그림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 책에 나온 그림 중 가장 좋아하게 된 그림이기도 했다.

 

 

제목대로 놀라울 정도로 내 마음을 다독여준 그림들 덕분에 행복함을 만끽할 수 있었던 시간.
실려있는 작품들 말고도 그들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