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 노처녀라는 단어 대신 저자가 선택한 단어는 연식남, 연식녀.

자동차의 제조년을 표현하는 단어가 이미 소계팅계에서는 나이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됐다는데
어쨌든 노총각이나 노처녀라는 단어보다는 어감이 좋은 것 같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여성 잡지사에서 일했고 편집장까지 하게 되었다.
소개팅 횟수만 2백여 회에 달한다는 그녀.

39번째 생일을 나흘 앞둔 겨울에 16년간 다니던 잡지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K와의 소개팅이 있었다.

첫 만남에서 첫 마디로 꺼낸 것은 일주일 전에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말.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부정적인 말이었지만 오히려 그에게서 위로를 받았고,
그의 불안함도 들으면서 부정적인 공통점을 공유하게 되었던 그들.

덕분에 뻔한 호구조사 대신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으며
그렇게 연식남, 연식녀의 새로운 연애가 시작되었다.

 

 

 

그녀와 K의 연애담을 바탕으로 연식남, 연식녀의 성격이나 특징, 단점, 주의사항이나
어떻게 다루는 게 좋은지에 대한 것처럼 전반적인 것에 관해 서술해 놓았다.

괜찮은 연식인을 어떻게 구분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있었고,
다른 연식인들은 어떻게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
다양한 부류의 연식인들을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 등
마치 잡지를 보는 것 같아 그녀의 잡지사 경험이 십분 발휘된 것 같다.

 

 

 

연식인들의 사랑은 절대 20대와 같은 순 없다.

이미 경험해본 것도 많고, 가져본 것도 훨씬 많다.
20대가 바랬던 것을 이루기도 했으며,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경우가 많다.

대신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지고, 귀차니즘도 극에 달한다.
반백 살을 살아왔으니 옛날이야기들, 왕년에 잘나가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자기가 가르치고 설명해 주는 것도 좋아한다.

자신감도 없고 자존감도 낮다.

 

 

 

하지만 그렇기에 연식인들의 사랑은 솔직하고, 늦은 만큼 더 뜨겁게 사랑할 수 있다.

조건을 따지기보다는 가치관을 따지게 되고,
분위기보다는 맛으로 음식을 고르고,

밀당도 밀고 당기는 것이 아닌,
상대방에게 다가가지 않고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느리지만 편안한 연식인들의 연애.

 

 

남자는 나이가 적건 많건,
잘 들어주고 잘 웃어주는 여자에게 끌리는 법이고

여자는 나이가 적건 많건,
나만 바라봐주고 예뻐해 주는 남자에게 끌리는 법이다.

 

 

예쁜 일러스트들과 영화 속 명대사들이 어우러지기도 해 예쁜 책이기도 했다.
오히려 그래서 표지가 딱딱하게 느껴지는 게 아쉽게만 느껴졌다.

나이 때문에, 몸매 때문에,
사랑하길 거부하고 포기한 연식인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