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안녕? 이소벨!"하고 대답하고 싶어지는 유쾌한 제목.

이소벨 해롭이라는 열여덟 살 영국 소녀의 비밀일기이다.
요즘 새학기라 그런건지, <아침은 초콜릿>도 그렇고,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도 그렇고
자꾸 학창시절을 떠올릴만한 책들을 연달아서 읽게 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속지가 단색으로 되어있는데 반해
이 책은 이소벨이 사랑하는 해달을 그려 넣어 참신하면서도 톡톡 튀는 느낌을 준다.

복사기와 스테이플을 사용하지 않는 작품이라는 것도 놀라운 사실.

 

 

 

책은 이소벨의 가족 소개 페이지부터 시작되는데
아빠와 새엄마, 오빠와 두 여동생, 고양이 아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친엄마와 살고있는 새아빠와 남동생, 그리고 강아지 포피까지
가족으로 같이 소개하기도 한 것이 재밌으면서도
역시나 우리나라 정서랑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보고 느낀 대로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차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상상하는 것을 너무도 좋아하는 이소벨.

다리에 펠트펜으로 타투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특이함까지.
재기발랄한 소녀임은 틀림없다.

 

 

보면서 많이 웃었던 페이지.

딱 붙는 레깅스를 입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입을 수 없는 사실을
매우 공감 가게 그려냈다.

(어느 집에 가도 사 놓고 안 입거나 못 입는 옷들은 존재하는 것 같다.)

 

 

 

이 역시도 재밌기도 하면서 공감했던 페이지.

학창시절뿐 아니라 여자에게 있어 머리에 대한 고민은
다이어트만큼이나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 같다.

머리를 자를까 말까.
머리를 염색할까 말까.
펌을 할까 말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하는.

 

 

 

모두 기록해 두는 것을 좋아하는 이소벨이 공개한 한국으로 보낸 우편!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던 페이지.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대부분 인터넷에 떠도는 귀여운 동물 사진을 보고 있을 거라던 그녀.

 
그녀가 사랑하는 해달과 수달 외에도
오리너구리, 오소리, 매너티(바다소), 아기 토끼, 뉴트리아 등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모두 너무 사랑스러웠고, 제일 좋아하는 페이지들이기도 하다.

 

 

 

한창 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사춘기 소녀답게
톡톡 튀는 문장들로 이루어진 사랑에 대한 그녀만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는데

네 품에 꼭 안기고 싶다던지
작은 공으로 압축시켜서 주머니에 넣고 싶다던지
내 생각만 할 수 있도록 머릿속에 '영원히 잊을 수 없게 만드는 꽃'을
심고 싶다는 등의 표현이 참 재미나다.

 

 

 

풋풋한 첫사랑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랑은 이별이라는 순서를 밟기 마련.

콩깍지가 벗겨지면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과정을 그녀답게 귀엽게 표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랑을 기대하며 조금씩 힘내겠다는 당찬 각오와 함께 책은 끝이 난다.

 

완독하기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아 끝장을 넘기자마자
처음부터 다시 읽어내려 갔을 정도로
때론 연습장에, 때론 서류봉투에 그린 그림을 그대로 담아내서
비밀일기라기보다는 비밀 낙서장이나 에세이를 보는 것 같았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