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지배할 듯 굽어보며 차가운 카리스마를 지닌 촐라체, 그 차갑고 거대한 빙벽에 맞서 생사를 넘나들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던 상민, 영교 형제의 6박7일 간의 가슴 뭉클한 여정을 담고 있다.

시작은 처절한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었을까. 죽음을 각오한 듯 바람소리조차 잠잠한 정적만이 감도는 겨울 빙벽 등반을 택한 그들, 안자일렌으로 묶인 형제는 오랜 세월 가슴속에 쌓여온 말하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을 세락 지대의 히든 크레바스에서 영교의 추락, 상민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로프를 끊어야하는 순간 ‘다 스쳐지나가는 것이여....’라고 말했던 아버지의 말이 틀렸다고 스치는 인연이 아닌 함께하는 인연으로 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깨닫게 되고, 구사일생으로 크레바스를 빠져나온 영교와 함께 하산을 하지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과 추위, 배고픔 속에서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상민은 예전 추락사한 선배의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하다고 영교가 추락한 크레바스에 잠들어있는 사람을 다시 찾아가서 그가 선배의 동료였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식량과 버너를 얻음으로써 모든 만남은 우연히 아닌 카르마(업)로 연결된 인연의 고리를 갖고 있음을 암시한다. 영교는 뒤를 쫓아오지 않는 형에 대한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다. 빙사면에서 눈사태를 만나 죽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상민이 희미한 헤드랜턴 불빛으로 영교를 발견한다. 그리고 하영교가 불 지른 야크 카르카에 불꽃으로 살아있는 자신들의 존재를 알림으로써 의심은 믿음으로, 우애로, 가족애로, 사랑으로 그들은 진정 살아야겠다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유한한 인생에서 참으로 위로가 되는 것은, 욕망에 따른 ‘성취’가 아니라 이룰 수 없을지라도 가슴속에 ‘촐라체’ 하나 품고 사는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작가는 말한다.

내겐 가슴속에 품고 있는 ‘촐라체’가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들은 힘든 시절을 회상하며 ‘그땐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어!, 죽고 싶은 심정이었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이겨내고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상민, 영교 형제처럼 꼭 생사의 순간, 죽음의 순간을 통해서만 살아야한다는 삶의 의지를 깨닫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가슴속에 시련을 이겨낼 충분한 힘이 되어줄 ‘촐라체’를 찾아내서 품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시련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남아 있는 한 사람은 죽음으로 걸어가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제 알고 있다. 그처럼 뜨겁고 단단한 사랑을 품은 사람이 어떻게 절망을 쫓아 산에 오를 수 있겠는가.

‘오냐, 내가 홀로 너를 넘고, 그리고 새로운 인생의 촐라체에 도전할 것이다.’ 피켈 하나 쥐고 단호히 촐라체 북벽을 올려다보면서 소리쳤을 그의 피어린 선언이 내 귓구멍 속을 힘차게 울렸다.

‘당신, 길을 열어. 내가 갈 거야!’ ” - 본문 321p

나 또한 나만의 ‘촐라체’를 지금 가슴에 품고 있다. 내가 걷고 있는 ‘촐라체’ 빙벽의 위치는 히든 크레바스가 곳곳에 숨어있는 세락 지대를 통과하고 있는 것 같다. 영교처럼 크레바스로 추락을 경험할지도 모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간 나도 그들처럼 ‘촐라체’를 넘게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한걸음씩 열심히 살아가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