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파리를 여행한 적이 있다. 관광객들이 그렇듯 나 또한 관광명소만을 정신없이 둘러보는 것에 급급해 파리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풍경을 감상할 여유조차 없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쭉~ 눈도장만을 찍고 돌아온 여행! 그러다보니 남은 것은 몇 장의 사진과 기념품 뿐. 화려한 겉모습의 파리가 아닌 사람 냄새나는 살아있는 파리의 모습은 둘러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많을 수밖에 없는 여행이었답니다.

언젠가 다시 파리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몇 년 전과 같이 여행을 위한 여행이 아닌 몇 십 년이 흘러도 의미 있는 여행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다음번 파리여행은 남의 결정에 따라 남들 좋다는 곳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스쳐지나가는 관광객이 아닌 파리 고유의 장점을 찾아내 즐길 수 있는 마음과 자세를 지닌 진정한 여행자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여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여행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이는 의미 있는 여행을 할 수 없다.’라는 어느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르면서 이전의 나의 파리여행은 파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턱없이 부족했기에 진정한 여행의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여행을 행복하고 유익하게 해주는 건 여행지 고유의 장점을 찾아내 즐기려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여행지에 대한 관심과 이해, 그리고 그곳을 즐길 자세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

진정한 여행자가 되는 첫 번째 길에서 만난 책이 바로 ‘파리에서 달까지’이다.

인터넷 도서 신간 코너에서 ‘파리에서 달까지’라는 낭만적인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책 소개를 펼쳤을 때 ‘파리에 중독된 뉴요커의 유쾌한 파리 스케치’라는 문구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도대체 파리의 어떤 모습이 그를 사로잡았을까? 하고 말이다.

그는 한때 세계의 중심에서 영어권 세계에 주도권을 내어주고 세상의 중심과는 사뭇 다른 파리만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20세기 현재 프랑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파리는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곳’이라는 표현에 고스란히 담겨 있듯이 조금은 냉정하다.

하지만 이 ‘파리에서 달까지’는 이성적 판단보다는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풍요의 시대에 한 곳에서하는 삶 사이의 작은 변화였다.”라는 표현처럼 20세기말 5년간 파리지앵으로 파리에 살면서 느꼈던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등에 걸친 파리의 면면들을 때론 냉소적으로, 때론 위트로, 때론 애정으로 파리에 대한 생동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의 파리 생활은 ‘파리에서 아파트 구하기’에서부터 구하기 어려운 괜찮은 아파트, 까다로운 임대인들로 인해 난관에 부딪치면서 화려하게 포장된 겉모습이 아닌 생활 속 파리의 모습이 펼쳐진다. 여행객들이 흔히 접할 수 없는 프랑스 사회전반에 걸친 모습들을 속속들이 들려주고 있어서 파리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파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책이었다.

나도 지은이처럼 파리에 중독되어버린 것 같은 파리로 떠날 자격을 갖춘 파리에 대한 관심과 이해로 충만한 여행자라는 느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파리에 가게 된다면 이젠 겉모습이 아닌 나만의 여행지의 느낌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파리로 여행, 유학 등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읽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