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처녀작인 서스펜스 스릴러 ‘황새’는 표지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품 속에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는 황새의 하얀 깃털 속에 굳게 다문 입만을 드러낸 검은 실루엣의 남자, 어둠의 블랙홀 속에 비밀을 숨긴 채 침묵을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에 책을 읽기도 전에 긴장감을 갖게 했다.

매년 2만 킬로미터를 날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로 긴 여행을 떠나는 황새의 이동경로를 쫓아가며 주인공이 마주치게 되는 심장이 사라진 잔혹한 살인, 다이아몬드 밀수,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인간의 감추어진 악마성에 진저리치게 된다.

 

8년에 걸친 논문을 마무리 짓는 순간, 책상이 아닌 행동으로 삶 속으로 파고들고 싶어진  루이는 양부모가 소개해준 스위스 조류학자 막스 뵘을 찾아가게 되고 황새의 이동경로를 뒤쫓아 가서 왜 황새가 사라졌는지 이유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출발 당일 막스 뵘이 황새 둥지에서 시체로 발견 된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자신의 흔적을 없애려고 찾아간 막스 뵘의 집 계단 안에서 찾아낸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고 봉인 된 채 먼지에 싸인 봉투 세 개가 그를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한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악마성이 만들어내는 잔인함의 끝은 어디일까?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나를 사로잡는다.

황새의 이동경로 중 두 번째 기착지, 불가리아 집시들 거주지인 슬리벤, 막스 뵘의 황새 파수꾼 라즈코의 처참한 죽음, 살아있는 상태로 심장을 도둑맞고 사지가 절단된 끔찍한 살육의 이야기와 루이를 노리는 살인마들에 의한 소피아역에서의 참극만이........ 이스라엘에선 또 다른 죽음의 그림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서히 루이 앞에 모습을 드려내는 사건의 실체, 잔인한 인간의 본성이 만들어낸 끔찍한 죽음과 범죄로 얼룩진 한 인??는 이름 뒤에 숨어 인간이길 거부한 실체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잔혹한 인물에 의해 드리워지는 잔혹한 어둠의 그림자였다.

인간의 잔혹함에 치를 떨고 목숨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그 사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그의 인생을 뒤흔들, 사건 속으로 깊이깊이 끌려가게 된다.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작품의 특성상 결론은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글의 끝에서 만나는 사건의 진실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 아니다 악마도 그보다는 자애롭지 않았을까!

정말로 순자가 주장한 성악설처럼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악한 본성은 지니고 있는데 사회적 교육에 의해 악한 본성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대자연의 섭리, 철새들의 대이동을 매개체로 이용해 풀어나간 작가의 상상력은 뛰어났다. 황새, 다이아몬드, 범죄, 살인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주제지만 절묘한 연관성을 품고 스릴과 공포를 담아 사건과 사건 사이를 이어주는 징검다리로써 글을 읽는 동안 긴장감을 팽팽하게 당겨주고, 가리어진 존재에 대한 궁금증, 석연치 않은 주인공의 잊혀진 기억에 대한 암시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