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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지니고 있는 현실적 고민을 솔직 담백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방으로의 귀환으로 시작된 서른 셋 연수의 고민과 방황하는 모습에서 서른 중반을 지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다.

연인 K씨와의 크리스마스 만남부터가 몇 년을 사권 연인들의 권태로 보일 수도 있지만 편한 것만을 찾는 모습에서 서른이 넘어선 연인들의 긴장감 없는 연애 그럼에도 서른이 넘었다는 이유로 결별조차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현실!

혼자 영화보기, 방에 틀어박혀 음악 감상하기 나 또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이면 주변의 반응은 ‘그 나이에 애인도 없이 처량하게 뭐야!’로 이어지기일 수다.

시간이 멈춰버리는 것도 세상의 모든 남자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왜 서른이란 나이가 되면 이별조차 쉽지 않은 걸까?

이별뿐일까? 아니다. 직장생활에서도 서른이란 나이는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것 같다.

주인공 연수의 경우는 회사의 합병이라는 커다란 변화 앞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한 회의와 변화에 대한 욕망이 어우러져 사표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지만 보통의 경우 자신의 직장생활을 뒤돌아보며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후회와 직장 내 존재감에 대한 회의를 갖고 있는 지금의 나의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안전한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사이에서 끝임 없이 방황만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마 아버지 환갑 여행을 보내드리는 일도, 좋아하는 캐라멜라떼 한잔을 먹는 것도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벌어놓은 돈 없는 서른 살 실직자인 연수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기 때문이 그게 두려운 것은 아닐까.

“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공부에, 도 어느 시기에는 사랑과 일에 몰두해야 한다. 또 어느 시기에는 고민을 해야 하고 어느 때는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그런데 스물다섯살일 때도 서른살일 때도 뭔가를 시작하기에는 늘 애매한 기분이 들었다. 시작하기에 적당한 때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과연 어느 시기일까. 무언가를 시작해도 될까.” - 본문 98p

이런 고민을 수없이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쉽게 해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발목 잡혀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그 시기를 놓쳐버린 것은 아닐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무언가를 시작해도 되는 것일지에 대한 해답은 아마 자신의 마음속에 있지 않을까 싶다.

두렵지만 연수처럼 도전을 선택하든,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든 선택도, 결과에 대한 책임도 모두 자신이 져야할 몫이니까 말이다.

“ 사실 알고 보면 세상은 웬디들의 것이다. 네버랜드가 피터 팬의 것이듯이. 이곳에 살면서 언제까지나 네버랜드를 그리워할 수는 없다. 피터 팬과 네버랜드에 갔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채 얼마나 더 멋진 웬디로 성숙해 가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나는 멋진 웬디의 탄생을 축복해주기로 했다.” - 본문 185p

연수의 사촌 연재나 친구 선영처럼 자유로웠던 20대를 보내고 안정적인 30대를 꿈꾸는 현실적인 선택은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30대에 성장통을 겪으며 그녀들이 찾아낸 또 다른 서른 살을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아닐까.

연재와 선영처럼 웬디의 모습으로, 자신의 감정을 묻어둔 채 울 수 없었던 동남처럼 극단적 모습으로, 연수와 민영처럼 도전하는 모습으로, 작가는 서른 살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 서른 살의 위기와 갈등을 가슴 시린 아픔으로, 웃음으로, 눈물로 가슴속에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꾸밈없이 사실적으로 속 시원하게 풀어내고 있다.

“ 나는 도전하고자 하는 무엇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하루하루 시간을 때우듯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간극을 좁히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바로 내가 바라는 삶이었다.” - 본문 252p

“ 나의 서른 셋 이후는 과연 어떤 풍경이 될까. 그것이 궁금해졌다. 나는 한번 멋지게 꾸려가보기로 했다. 숨을 가다듬고 일보 전진하면서! 절대로 삶이 아무런 의미가 없이 막을 내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 본문 252p

마지막장, 연수의 생각처럼 나의 서른도 시간을 때우듯 살아가는 것이 아닌 의미 있는 삶으로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해준. 서른을 지나고 있거나, 서른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