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보는 느낌은 굉장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은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의 탁한 눈이었지만 어느새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여행에 푹 빠져버린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앨리스가 말을 하고, 시계를 보는 하얀 토끼를 쫓아서 울타리 아래 커다란 굴로 따라 들어가 우물처럼 깊은 구멍 아래 여러 개의 문이 있는 홀로 떨어진다. 그 중 작은 문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고 싶지만 몸이 너무 커서 문을 지나갈 수 없어 낙담하는데 우연히 투명한 병에 있는 액체를 마시고 몸이 작아지지만 이번에 너무 작아져서 문을 열 수가 없고 케이크를 먹었는데 너무 커져 눈물바다를 만들고.......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생쥐를 만나 눈물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코커스 경주를 하고, 하얀 토끼집에서 도마뱀 빌을 만나고, 키가 8cm인 송충이 아저씨의 충고, 3월의 산토끼와 그의 친구들이 엉망진창 끝없는 티 파티에 끼게 되고, 후추 냄새 가득한 부엌에서 공작부인과 그 품에 안긴 새끼 돼지의 재치기, 조그만 이유만 있으면 처형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여왕과 홍학을 가지고 하는 크로켓 경기, 훌쩍훌쩍 흐느끼는 가짜 거북과 독수리의 머리와 사자의 몸을 가진 그리핀의 엉뚱한 이야기......... 앨리스와 함께 이상한 일들로 가득한 여행을 하게 된다.

“지금은 이토록 작고 귀여운 동생이 언젠가 성숙한 여인이 되었을 때도 지금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을까 상상해보았다.

 ‘아이들과 한자리에 둘러앉아 오래전 꿈속에서 보았던 그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의 눈망울을 초롱초롱 빛나게 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여름날을 떠올리며 아이들의 그 티 없는 슬픔을 함께 느끼고, 그들의 소박한 기쁨을 함께할 수 있을까?’ ” - 본문 243p

어른이 되어 앨리스와 함께 다녀온 이상한 나라로의 여행은 어린 시절 동심으로 돌아가서 신나고 멋진 꿈을 꾸다 깨어난 기분이 들었다.

지금껏 까맣게 잊고 있던 어린 시절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마음으로 돌아가서 ‘성숙한 여인이 되었을 때도 지금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을까?’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생각해봄으로써 세상의 때에 너무 많이 물들어버린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구성은 수채화 물감으로 그려낸 일러스트로 책 내용을 귀엽고 예쁘게 담아냈을 뿐 아니라, 새침한 표정이 살아있는 귀여운 앨리스를 비롯해서 다양한 캐릭터들의 개성을 잘 살려냄으로써 오래전 읽었던 책이기에 가물가물했던 내용들을 읽으며 ‘아~ 이런 내용도 있었네!’라는 말을 연발했지만 이젠 눈을 감으면 바로 눈앞에 펼쳐진 것처럼 생생하게 떠올리는데 도움이 되었고 책을 보는 재미를 한층 높여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