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히카루라는 소년과 몇 백 년 전에 죽은 바둑 고수 사이의 영혼이 펼치는 바둑이야기를 다룬 ‘고스트 바둑왕’이란 만화를 재미있게 보았던 나는 ‘일본엔 “고스트 바둑왕”이 있다면 한국엔 바둑 삼국지가 있다’라는 책 소개를 글을 보고 재미있는 바둑 만화를 읽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그런데 가상의 인물들이 펼치는 단순한 바둑 만화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잘 못된 것이었다. 지금도 우리 바둑계를 주름잡고 있는 이름만 말해도 알만한 바둑계 실존 인물들이 펼치는 한ㆍ중ㆍ일 반상 위의 전쟁을 그릴 생명력을 지닌 살아있는 이야기였다.

줄거리는 첫 장부터가 강렬하다. 바둑판 한가운데 서있는 젊은 남자의 모습은 앞으로 그가 걸어갈 바둑 인생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쿤켄(훈현)의 일본 유학시절 그의 스승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1989년 잉창치 배에서 중국의 네워이핑과의 결승전 5국 장면에서........ 훈현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목포에서 바둑 신동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섯 살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바둑유학을 올라와 조남철 선생의 기원에 찾아가 지도바둑을 두게 되는데.......

조훈현국수의 어린 시절 모습은 보통 때는 이웃집 꼬맹이 같은 천진한 아이의 모습에서 바둑을 접하는 순간 흡수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흡입력 지닌 신동의 진지한 모습 등 지루한 줄 모르고 바둑의 기초도 모르는 내가 읽기에도 전혀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쉽게 바둑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술술 풀어내서 쉬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후반부에 실린 바둑 입문 강좌는 바둑을 이해하고 흥미를 갖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재미와 정보를 모두 지닌 책이었다.

벌써부터 2권이 기다려진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조치훈과 조훈현과의 인연 등등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