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아직은 그곳으로의 여행은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동경의 대상으로만 남아있는 곳. 하지만 언젠간 꼭 가보고 싶은 곳!

그래서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열정적인 기질을 타고난 그들의 삶과 예술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작가를 따라나선 라틴 여행은 카리브 해의 흑진주, 쿠바를 시작으로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페루까지 이어지는 여정으로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정열의 남미 문화와 예술, 예술가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그런데 문득 제목이 왜 화첩기행일까? 그리고 화첩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함... 어렴풋한 기억으로 화첩은 그림을 모아 엮은 책이라고 들었던 것 같아서 찾아보니 “중국 송나라 때부터 문인에 의해 발전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를 통하여 크게 성행했고 작가의 작품 경향과 특징을 보여주며 동일 주제와 동일 화법으로 이루어진 화첩을 개인화첩이라고 한다. 또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종이를 여러 장 모아 묶은 책”이라는 설명에 비로소 이유를 알고 나니...

 아직도 혁명이라는 문구를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고 시간이 정지한 듯 삶의 애환과 연륜을 노래한 부에나비스타쇼셜클럽, 인생의 절반을 살았고 정신적 쿠바인이었던 헤밍웨이, 쿠바의 연인 체 게바라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쿠바, 콘크리트 벽에 색채의 마술을 건 디에고, 푸른 집의 고통의 여사제 프라다 칼로의 멕시코, “남미의 파리”라는 이름답게 20세기 대문호 보르헤스와 아방가르드 탱고의 선율 피아졸라, 대초원 팜파스를 노래한 유팡키의 아르헨티나, 고된 삶의 무게를 이겨내기 위한 삼바의 열정인 카니발, 리우를 내려다보고 있는 코르코바도 예수상,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태고의 자연 속에 자리한 이구아수 폭포의 브라질, 저항 시인 네루다의 칠레, 마추픽추, 로맹 가리와 리마의 페루를 여행하면서 빈 여백이었던 화첩을 각각의 빛깔을 지닌 라틴 도시들의 매력을 그들의 삶과 열정을 담아 화려한 색체와 강한 붓 터치로 꾸밈없이 한 장 한 장 채우면서 그 속에 작가의 순간순간 느꼈을 생생한 감동들을 고스란히 담겨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보고, 읽고 하는 동안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 속에 녹아있는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만날 수 있었다. 여유로움과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꿈꾸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