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손에 들었을 땐 왜 제목이 “혜성에 사는 사람들”일까??, 오페라<나비부인>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4대에 걸친 세기를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라고 했는데...

하지만 첫 장을 넘겨 아버지 가오루를 찾아나 선 후미오가 앙주고모를 통해 만나게 된 4대에 걸친 가오루 집안의 사랑의 역사, 그 시작인 아름답지만 슬프고도 잔인한 나비부인과 핀커튼의 사랑이 잉태한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태어난 JB가 겪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과 어머니의 비극적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으로 어머니의 나라를 그리워하면서 시작된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왜 태양을 초점으로 궤도를 그리며 운행하는 혜성에 사는 사람들인지 저절로 느끼게 된다.

나비부인에서 시작된 사랑의 여정은 끝나지 않고 JB, 구로도, 가오루에 이르는 후대에 까지 계속 이어지는 것이 마치 궤도를 그리며 외롭고 긴 여행을 하는 혜성과 닮아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줄거리는 나비부인과 미 해군사관 핀커튼의 비극적 사랑, JB가 어머니를 찾아 떠난 일본에서 만난 노다 나미와의 애절한 사랑, 사람들에게 음악을 배달하는 청년 구로도와 다에코의 이루지 못한 사랑, 그리고 시와 노래로 태평양을 사이를 건너는 가오루와 후지코의 사랑이 세기를 뛰어넘어 희노애락을 담고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오페라 <나비 부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을 하게 한다. 만약 누군가 나비 부인에게 후손이 있다면... 또 그들이 사랑을 했다면... 하는 상상을 했었다면 바로 이런 이야기를 상상해보지 않았을까. 아마 더 이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주인공 가오루가 후지코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한 “나는 그 사람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내 사랑은 이루지 못하면, 난 죽지 못할 거야.”라는 구절처럼 영원히 죽지 않고 끝없이 누군가에 의해 되풀이 되며 되살아나는 사랑의 영원함을 깨닫게 해주는 멋진 소설이었다.

하지만 일본사람인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2차대전이나 천황에 대한 사고 방식은 다른 나라 사람에게는 조금은 낯선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