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툰

 

10여년전에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를 처음 구입했다. 코닥 DC4800 이라는 모델인데 300만화소에 28mm 광각이 되는 지금 표현으로는 똑딱이다. 근데 가격은 무려 130만원. 거금 130만원을 들여 디카를 구입했지만 사진을 알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 주변기기를 늘려 가는 중에 디카에 까지 손이 미친 경우다. 당시 디카를 거금들여 구입하는 부류는 2가지. 사진을 꾸준히 하다가 필카가 불편해서 디카로 넘어 온 경우. 그리고 나처럼 컴퓨터 주변기기를 하나 둘 장만하다가 디카까지 손이 뻗친 경우. 두 경우다 제법 실망을 하게 된다. 전자는 형편없는 화소수와 필카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기능이 문제였고 후자는 처음 사진을 접하느라 카메라 기술을 몰라 형편없는 사진을 양산하고, 디카라는 편리함과 추후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때문에 막찍는 경우가 많아 사진 실력이 늘지 않아서다.

 

 

 

사진을 공부해야겠다고 맘 먹고 최고의 사진 서적이라는 포토스페이스의 [사진학강의]. 최고의 서적임에는 지금도 변함없지만 사진의 기초가 없는 초보에게는 최악이었다. 아무 바탕이 없으니 최고가 최악이 되어버렸다. 읽다보면 이해가 안 가고 이해가 안 가니 보면 볼 수록 열불나는 형국이었다. 그렇다고 주위에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당시 내 주위에 카메라를 가지고 노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좀 더 쉬운 책을 찾아봤지만 다른 책들도 비슷했고 당시에는 디카를 겨냥해서 출판된 책도 거의 없었다. 이런 비슷한 경험은 포토샵을 배우면서 다시 한 번 더 겪게 된다.

 

 

 

 

디카툰. 내가 읽으려고 구입한 것은 아니고 주위에 디카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있어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고르고 고른 책이다. 만화가 대세다. 요즘은 뭘 배워도 만화다 역사도 만화로 배우고 한자도, 수학도, 과학도 만화로 배운다. 성경도 만화로 배운다. 뭔가 어려운 것을 만화로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초보에게는 큰 행운이다. 만화로 구성해서 읽다보면 이해가 절로 간다. 디카를 전혀 모르는 남자주인공과 카메라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진동아리 회장의 로맨스도 들어가 있다. 물론 로맨스는 아주 유치하다.

 

 

카메라의 종류와 기능, 사용법부터 시작해서 초점 설정과 활용(반셔터 같은 쉬운 것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렌즈와 화각의 이해, 노출의 이해와 활용, 노출의 이해와 활용, 인물 사진과 구도, 그리고 좋은 사진을 위한 팁등이 담겨져 있다.

 

 

조리개 개방정도와 심도에 관한 설명이다. 흔히 말하는 뒷배경 날리는 아웃포커싱에 관한 설명이다. 디카초보들이 가장 해보고 싶은 사진기술이 아닐까?

 

 

밤에 찍는 사진은 다 흔들려요 라고 초보들이 이야기하는데 충분한 빛이 안 들어오니 셔터스피드가 느려질 수 밖에 없고 그 때 찍힌 사진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안 흔들리려면 삼각대를 사용해야 한다. 어두운 밤 이쁜 야경 사진을 찍고 싶으면 셔터 스피드를 충분히 느리게 해줘야 한다.

 

디카를 전혀 모르는 왕초보들은 고민하지 말고 이 책을 집어들어라. 처음에는 제일 쉬운 책으로 시작하는게 정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