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열일곱 캐서린의 용기에 감탄했다.
3번째 생일을 앞둔 어느날 갑작스런 사고로 얼굴과 몸에 깊은 흉터를 안게 된 캐서린
"넌...사랑을 구걸하려면 종이봉지로 얼굴부터 가려야겠다."
같은 학교 남학생의 느닷없는 놀림은 캐서린을 더욱 작아지고 두렵게 만들었다.
수술만 무려 27번...수술하기 전의 공포와 수술 뒤 찾아오는 끔찍한 고통까지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낸 힘은 역시 가족의 사랑이었지만 가장 큰 힘은 캐서린의 용기였다.
난 여드름 자국 하나에도 모든 신경이 얼굴에 쏟아지는데 팔부터 목까지
화상흉터를 평생 지니고 사는 캐서린의 마음은 어떨까....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p.62'삶이 원래 그런 걸까? 산다는 건 그렇게 아픈 걸까?'
겉으로 보이는 흉터로 인해 항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장애인비장애인의 경계로
내몰리곤 하는 캐서린의 소박한 바람은 친구들처럼 머리를 위로 묶어보는 것이다.
보이는 흉터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상처와 두려움을 안고 있는 캐서린
그럼에도 언니가 엄마가 또 친구가 마음 아플까 속마음과는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캐서린
투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캐서린의 속마음을 독자들만 읽을 수 있기에
책 읽는 내내 내가 가장 캐서린과 가까운 친구같았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외할머니가 레이첼에게 일과 친구에 대해 묻자
캐서린 뒤에 늘 가려져 있던 언니, 레이첼의 외로움과 아픔이 울음으로 터뜨려지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 가족의 아픔은 어쩔 수없이 또다른 가족의 희생이 동반되는구나...

 

화상의 상처하면 떠오르는 인물 <지선아 사랑해>의 작가 이지선!
끔찍한 교통사고로 온 몸의 55%에 3도 화상을 입고 죽음의 끝에서 살아났지만
예전모습은 알아보기 힘든 얼굴,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세상속으로 걸어나온
아름다운 그녀가 생각났다. 캐서린도 실제 인물은 아니지만 캐서린처럼 용기있고
아름다운 사람은 분명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p.184'...내 앞에 놓인 그 길이 끔찍하리만치 힘든 길이 될지도 모르지만 난 가볼 거야.
결심했어. 난 겁쟁이가 아니야. 내 인생에 꼭 이루고 싶은 꿈들이 있다고.'
종이봉지같은 건 필요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며 자신의 길에 도전하는 캐서린이
참 밝고 빛나보인다. 작가의 말처럼 '불을 지나온' 화상 생존자들의 용기가
담겨있기에 감동적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