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작가의 책은 언제봐도 일단 유쾌하다.
가볍게 웃을수만은 없는 상황일 때도 톡톡 튀는 재치와 유머가 담겨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일상의 반란을 꿈꾸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도^^
이 책 속의 재규는 열공과는 다소 먼 예체능반이라 더 자유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툭툭 제멋대로 사는 것 같지만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고민도 하는 내또래 고딩의 모습이기도 하다.

 

책제목 '잘 먹고 있나요?'하는 말에 난 밥을 떠올렸다.
엄마가 해주는 밥,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고 든든한 밥.
책 속의 재규는 이제 더 이상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을 수 없다.
작년 가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무뚝뚝한 누나와 단 둘이 남겨진,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식당'이다.
1년만에 삼수에 실패하고 돌아온 누나는 엄마의 식당을 이어서 운영하겠다고 선언한다.
남겨진 엄마의 식당을 이어서 운영하겠다는 누나의 시도는 여러번의 고비를 맞는데....
누나 친구, 서진누나를 통해 누나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듣는 재규를 보면서
나도 내동생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와 동생처럼 티격태격 그러면서도 힘들고 아플때는 서로를 챙겨주는
남매를 보면서 흐뭇했다. 오돌도돌 껍질이 징그럽다며 먹지도 못하던
닭을 손질하고 누나를 위해 정성껏 만든 닭죽을 건네던 재규
p.197 "누나가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닭죽을 먹을수록 내 마음은 조금씩 가벼워졌다."
사랑이 담긴 음식의 감동이 전해진다.
7개월간 안간힘을 다하며 누나가 되살리려 했던 엄마의 식당, 누나의 안간힘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는 걸, 그리고 동생에 대한 사랑이었다는 걸
"열심히 해, 이 자식아.""멍청아" 무뚝뚝한 말 속에 감추어져 있었다는 걸 알게된다.

 

p.212 "내 맞은편에 누나가 앉아 있다....식구라는 건,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을 의미한다.
엄마가 살아 있을 때, 왜 셋이 함께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시간이 없었을까?...."
엄마가 매일 차려주는 밥이, 함께 먹는 가족이 새삼 소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