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필리핀 어학연수를 와 클럽에서 엄마를 만나고 일주일 만에 나를 만든 사람이 내 아버지다."
뒷표지에 적혀있는 글이다. 처음엔 이 글을 읽고 어느 정도 이 책의 내용이 예상되어 마음이 불편했다.

 

수업시간에 한국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베트남 전쟁때 참가했던 우리나라 군인들이 베트남 여자들을 만나서 여자와 아이를 둔 채
홀로 귀국했고 그들을 외면해서 그 쪽 사람들이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는 않다고 말이다.
이렇게 한국 남자와 베트남 여자 사이에서 난 아이를 "라이따이한"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하게 어학연수, 해외 출장, 여행 등으로 필리핀으로 간 한국 남자들이 필리핀 여자들과
만나 그들 사이에서 나온 아이를 "코피노"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코피노인 리바이 이다.
엄마와 함께 무작정 아빠를 찾아 한국으로 왔고, 결국 찾지 못한다.

그리고 정신지체 아들을 가진, 나이와 직업을 속인 박생이라는 사람이 새아빠가 된다.
하지만 박생은 너무 슬을 많이 마신 것 때문에 간암에 걸리고, 설상가상으로 정신지체 아들은 친모뿐만 아니라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상황이다.

리바이의 짝꿍인 강파랑은 리바이를 빼고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

강파랑이 언니라 알고 있던 사람이 엄마고 엄마라 알고 있던 사람이 할머니였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낳은 엄마는 이제 다른 사람이랑 결혼을 하고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는 짝을 찾아서 자신을 떠나려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자신의 아빠를 찾으러 다닌다.

강파랑과 리바이는 둘다 아빠를 찾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리바이는 리바이가 아니라 리바이의 엄마가 찾고 있다.

과연 이 두 사람은 아빠를 찾을 수 있을까? 찾았다면 그다음엔 어떻게 할까?

이 두 물음에 대해서 읽는 내내 궁금했지만 읽고 나서 보니, 가장 적절한 결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국제결혼으로 인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아이들을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두 학생은 서로의 상처를 보여주고 다독여 가며 성장한다.

 

다 읽고 나서 놀란건, 이 이야기가 실화를 토대로 씌여졌다는 것이다.

작가 曰

 필리핀에 나간 딸이 말해줬는데, 그곳에서 알게 된 필리핀인이 '미스터 박'을 찾고 있고

미스터 박은 바로 그녀 딸아이의 아빠라는 것이다. 

 

 남자는 돌아갔는데 그 남자의 아이를 낳았다니, 우리가 들으면 정말 저런 이야기가 있는지 안 믿겨질 정도이다.

그러나 리바이 ,강파랑 같은 아이는 이 세상에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그 아이들이 잘 견디기를 바란다.

"인생을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을 겪고 좌절하며 쓰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무섭고 두려웠던 일들도 지나고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앞이 막막했던 공포도 벗어나 보면

참을 만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한 것들은 도리어 삶의 지혜가 되기도 한다. 나는 글을 쓰며 그걸 알고 있는

리바이와 강파랑이 대견했다. ..... 이 글에 나오는 똥박사 말대로 세상은 진정 공평하다. 고통을 이겨낸 사람일수록

그다음 삶은 더 멋진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