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왜 고수 일까.
이 책에서 말하는 고수는 북이나 장구 등를 치는 사람이다.

아빠의 지긋지긋한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어 집을 가출한 고수.
고수는 그의 진짜 이름이 아니다. 가출한 아이들끼리는 진짜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부른다.
고수는 타고난 뛰어난 리듬감으로 우연히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게 된다.
그 이후로 그의 이름은 고수가 되었다.
고수는 그 이름을 좋아한다. 이렇게 사람의 특징으로 이름을 지어주는 걸 보니 인디언들의 이름이 생각났다.
'늑대와 함께 춤을' 와 같은 자신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이름. 나도 이런 이름 하나쯤 가지고 싶어진다.

고수에게는 히로라는 동경의 대상인 친구가 있다. 얼굴도 춤도 싸움도 모두 잘하는 아이다.
처음 가출했을 때 위기에 처한 고수를 구해준 것도, 고수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도, 아이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도 다 고수 덕이다. 

하지만 그 히로덕에 고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히로의 심부름으로 갔다가 영문도 모른체 사람들에게 쫒기며 산으로 도망가게 된 고수.
그 곳에서 캄차카에서 왔다는 힘 센 할멈을 만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약초꾼과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등산객 남자를 만난다.
산에서 여러 일을 겪으면서 예전과는 점차 다르게 변화한다.
캄차카?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듯한 낯선 단어이다.
캄차카에서 살았다는 힘센 할멈과 별이 되고 싶다던 같은 노숙하는 여자아이 화산은 고수에게 의미있는 사람들이다.

 

이책은 고수가 히로에게 선전포고를 하며 끝난다. 확실한 결말보다는 이렇게 끝난듯 안끝난듯 하는 결말도 맘에 든다.

고수가 리듬을 타며 무아지경에 빠져 두드리면 나도 모르게 그 모습이 상상이 된다. 그리고 희미하게 들리는 난타소리에 몸이 들썩인다.

하지만 세상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수두룩이 일어난다. 당연하다. 말은 세상이 있고 나서 나중에야 생긴 것이니까.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이 강한 할멈은 작가이자, 작가의 로망이었다.
어려움에 처한 고수를 도와주고 싶어서 할멈이라는 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 자신도 고수에게서 활기를 얻고 작가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활기가 넘쳤으면 하는 바램에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나도 읽으면서 북을 두드리는 고수한테서 활기를 느꼈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