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지 한참이 지난 책, 서평을 쓸까 말까 망설였지만
그럼에도 써야할 듯한 마음에 다른책을 읽다 말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되네요.

저는 한 사람의 아내이며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여자입니다.
아직 세상밖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뱃속의 이 아이에게 전 세상에 하나뿐인 엄마이고,
저 역시 제가 이미 엄마라고 생각하고 잇습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엄마타령인가, 하시죠?
엄마이고 아내이기에 이 책의 인물을 이해 할 수 없음을 말하고 싶은 거예요.
저 역시 내 아이를 지킬 의무가 있고, 내 가정을 지킬 의무가 있는 사람이기에
그래서 더욱 '시우 아버지' 그 사람을 이해 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어요.

이 책의 이야기는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를 찾는 '시우'를 우연히 만나면서 펼쳐집니다.
한때 시를 썼던 '나'는 우연히 폐교에서 그녀'시우'를 만나게 되고, 
홀연히 사라진 그의 아버지 이야기를 듣게됩니다.
호감이 가는 그녀의 아버지를 찾는 일에 나서게 된 그는 
그녀의 아버지, 그 주변인을 조사하게되고 그러면서 그의 삶을, 그를 알아가게 되죠.

시우가 20살이 되던 생일날 그의 아버지는 갑자기 사라집니다.
흔적없이, 소리없이, 연기처럼,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그렇게.
아버지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의 췌장암소식을 알게되고 
그 가족은 순식간에 와해가 됩니다.
아버지가 사라졌다고 가정이 순식간에 깨질 수 있다니 조금은 무리한 설정일까요?
그만큼 그 가정이 비정상적이였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 였겠죠.
그의 자녀들은 아버지가 자신들을 무책임하게 버렸음을 원망합니다.
혹은 죽었음을 단정하죠. 그의 죽음조차 무책임하다 원망하면서.
그네들에게 있어 남편,아버지의 의미는 그저 돈을 벌어오는 사람, 
혹은 그네들에게 있어 시녀같은 그런 사람이였을뿐입니다.
가정에서 그의 역할은 책의 표현대로 빌자면 그저 '빨대'였습니다.
부인과 딸 셋에게 단물만 빨리는 빨대 역할.

그의 가족들이 그를 돈벌어오는 기계로만 여겼음을, 
그 아픔을 참고 수십년을 생활해 왔음을,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어떤 이유와 계기가 존재하더라도 ？銓？ 가정을 버렸음을 이해할 수는 없네요.
그가 살아온 삶은 보통의 '아버지'라는 이들이 가장 많이 겪는 삶이니까요. 
분명,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를 책임감없는 아버지라 욕할 수 만은 없네요.
그렇다고 이해할 수도 없죠.

이해할 수 없지만 인정은 할 수 있는 그런 마음?

내 남편이 그 처럼 행동한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며 헤쳐나갈까?
내 아버지가 그와 같은 행동을 했다면, 나는 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수 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책이였어요.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그.
그럼에도 '인정'은 해주고 싶은 그. 

누구의 잘못이 더 크냐를 따지기에는 끝없는 토론이 이루어질것같음을 예상하게 되네요.
아내이자 엄마이기에 그를 이해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를 인정은 합니다.
그렇게 찾은 두번째 삶에서는 그는 본인의 의지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아버지라는 책임과 직분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에 앞서 그도 한 사람의 남자이자
한 인생을 주관하며 결정할 권리가 있는 존재임도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처음 책을 읽으면서 '그'에게 분개 했으나 읽은 난 뒤, 조금의 동정이 생겨겼어요.
누군가 이 책을 읽는 다면 진지하게,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서평을 쓰고 덮어두기에는 너무 큰 이야기니까.

책을 읽은 뒤 스스로에게 한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내 남편에게, 내 아이 아빠에게는 적어도 '그'가 느꼈던 
수십년의 삶을 느끼며 살게 하지는 않겠다고.
적어도 '그'가 도망치고 싶었던 그런 삶을 내가 사랑하는 남자에게는 
느끼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고스스로에게 약속합니다.

참, 흔한 소설하나가 이렇게 반성과 깨달음을 알게 한다니 책이라는것은 대단하죠?
남편이있는 아내분들, 결혼을 하실분들, 아버지가 있는 자녀분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네요. 그저 '아버지'니까 라는 이유로 그들이 감당해야했던 
삶의 무게가 결코 쉽지않음을 우리도 조금은 빨리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