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를 시작한 것까진 아니지만, 전자파라는 위험으로부터 떨어지고자

TV를 멀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더 접하게 되요.

그러면서 발생한 문제는 어떤 책을 선택해서 읽어야 하나인데.

책 편식을 하지말자고 선언한 이후지만, 전처럼 서점출입이 자유롭지 않다보니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어떤 책이 재미있는지 접하지 못하게 되서

오로지 인터넷상의 추천도서에만 기대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중 겨울이 성큼 다가오기에 흠칫 놀란 마음에 그동안 미루었던 겨울옷을

세탁하려고 동네 마트의 세탁소에 가게 되었는데요,

그곳에서 아주아주 반가운 은인(?)을 뵙게 되었답니다.

세탁물을 맡기면서 그분이 보다가 놓아둔 책을 보게 되고 전 자연스럽게 수다를 떨었어요.

(점점 아줌마가 된다는 증거일까요? 아줌마들만의 특유한 장점인 친화력을 발동했다죠.

문득, 아무나 붙잡고 공통점을 찾아가려는 저를 보게 되더라고요.)

어찌했던, 그 세탁소의 아주머니는 책을 참 사랑하는 분이셨고, 다행히도 저와 취향도

비슷하더라고요. 읽을 만한 책 추천을 부탁 드렸더니 며칠 전 부터 읽고 있다는

‘창문 넘어 도망친 노인’ 이라는 책과 ‘템테이션’ 두 권을 추천해 주시기에 바로 주문.

그렇게 해서 지난 주말 제품에 추천 도서 두 권이 오게 되었답니다.

그 중 무엇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다가 제목부터 흥미생기는 이 책을 먼저 읽었는데요.

그 아주머니 말씀처럼 한번 손을 대면 쉽게 내려놓기 어렵다는

그 느낌이 뭔지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역시나 그분과 저는 책 취향이 비슷했어요.

첫 장의 시작은 알란이라는 100세 노인이 양로원을 탈출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100세. 요즘 아무리 100세 시대라지만 주변에 100세가 넘게 정정 하신 분 있으신가요?

저는 아흔도 넘긴 분을 뵈지 못했기에 첫 장의 장면부터가 신선하기 그지없었네요.

100살쯤이면 살아 있는 게 가능할지라도 거동이 불편하거나, 제한적 일텐데.

무엇보다 100세 자신의 생일에 편안함이 보장된 양로원을 탈출하는 노인이라?

좀 아이러니 하죠? 무엇을 위해, 아니 무엇 때문에 그 위험을 무릎 쓰게 되는지.

그 궁금증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했던 마력이 아닐까 싶네요.

100세노인 주인공 알란은 참 많은 곳을 다닌 인물 이예요.

한때 제 꿈 이였던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아마도 알란이 아니였을까요?

본인은 그다지 여행을 즐긴거라 느끼지 않았겠지만, 10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그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겪었고, 많은 이들을 만났으며,

많은 것을 누리고 행복했어요. 물론, 그 사이사이 어려움과 고난이 있었지만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삼시세끼와 가끔 목을 축일 술만 있다면 그다지 불만이 없던

그 100세노인 알란은 그것들을 고난이나 어려움으로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그 성격덕분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게 살았는지도 모르고요.

돈이 궁했던 노인도 아니고, 꼭 만나야 할 가족이 있던 것도 아니고,

죽기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 100살의 노인은

왜 안락함을 버리고 도망쳐야했을까요?

그 단순함은 책의 끝자락에 나와요. 아주 별거 아닌 시시하지만

어쩌면 그게 가장 중요한 이유일지도 모를 그런 이유가 말이죠.

주인공 알란이 100세노인 이라는 사실이 ‘왜‘라는 궁금증을 증폭시켰다는 게 맞을 거예요.

보통 100살의 노인이라면 이제 곧 죽을 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인이라고만 생각하고 말테니까요. 저 역시 그랬거든요.

작가는 우리들의 이런 고정관념을 잘 알았기에 이 책을 쓴 게 아닐까 싶어요.

100살이나 먹은 노인이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왜 안락한 양로원을 벗어나지? 미친 거 아냐? 라는 생각을

작가는 바꾸어 주고 싶었는지 모르겠어요. 100살이나 되었지만 살아있는

그 순간까지도 인생은 여전히 진행 중 이고 살아있음을 증명 할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우리는 잊고 있던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던 게 아니였을까요.

최근에 꽤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그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책이 이 책이네요.

세탁소 아주머니의 그 평이 정말이 어쩜 이리 잘 맞아 떨어지는지.

두 번째 책인 ‘템테이션’도 무척이나 기대가 돼요.

독서를 즐겨하지 않던 사람도 가을이 되면 왠지 모르게 ’책 한번 읽어볼까?’ 하게 되죠?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면 이 책은 어떠실까요?

부담 없이 읽기도 좋지만, 손에서 떼기 쉽지 않은 마력으로써

책 울렁증 있는 분이라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