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중 바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하지만,

하루 16시간의 강행군에 주말까지 반납해야하는 일정은 정말이지 숨이 탁! 막히는

현실 이였어요. 그러다 잠시 일탈을 하고자 서점으로 향했어요.

일탈이라는 것이 겨우 서점이라니 정말이지 소박하다 못해 불쌍한 일탈이죠?

하지만 월급 받아 생활하는 직장인으로써 훌쩍 떠나버리는 일탈을 감행하기에는

지나친 용기가 필요하니까,  대리만족으로 다른 이의 일탈을 보고자 
서점으로 향했어요.

그곳에서 본 이 녀석은 어찌나 이름조차 마음에 쏙 들던지.

뒤 돌아볼 틈도 없이, 정확히 말하자면 앞을 내다볼 틈 도 없이 그냥 달리고만 있었던

제게, 이름만으로 큰 동요를 불러낸 이 녀석은 이름값을 제대로 한 이쁜 아이예요.

‘이렇게 바쁜데 한가할 시간이 어딨어? 라고 투덜대던 제게

바쁜 와중에도 자신만의 어떠한 풍경을 떠올려 
그 가운데에서도 한가함을 찾아야한다고

말해 준 것도 이 녀석이고, 하루하루 늘어나는 주름이 내가 아주 잘살아왔다 라는

증거라고 말해 준 것도  이 녀석 이예요.

한해 한 해 나이가 들면서 늘어나는 주름이 마냥 속상하기만 했는데

(더구나 여성에게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 상대가 주름 이자나요;;)

행복하게 웃고 지낸 증거라는 눈주름, 오물오물 잘 먹고 지내왔다는 증거의 입가 주름,

아프지 않고 열심히 잘 움직이고 지낸 증거의 무릎 주름도 이제는 다 예뻐 보예요.

이렇게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다 예쁘고 좋은 것 투성인데,

왜 항상 나쁘다고, 모자라다고만 느끼고 지내온 걸까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주변을, 나를 둘러보지 못해서 그런 것이겠죠?

혹은 어른이 되면서 지나치게 이론적이고, 손익을 따지게 되서 인지도 모르죠.

하루하루 나이가 들면서 점점 하지 않게 되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물론 점점 실수도 적어지고 어른스러운 생각도 하게 되었지만,

그 만큼 아이일 때의 순수하고 반짝이던 일들이 점점 줄어들고 말아버렸죠.

“언제부터 질문하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는지, 꼬치꼬치 묻지 않고 대강하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나의 말이 맹물처럼 평평해지고 밋밋해졌는지를”

이 구절을 보는 순간 어린시절의 제가 생각났어요.

어렸을 적 어찌나 궁금한 일들 투성 이였는지.

마을 이름은 누가 지었는지, 왜 저렇게 지었는지 길가에 꽃은 누가 물을 주는지,

길의 쓰레기들은 누가 치우는지,등 이런 사소한 질문들이 수 없이 많았는데.

오죽 했음, 궁금한 것이 많아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며 핀잔 섞인 말도 많이 들었는데.

어른이 되면서 다 알아버린 사실이기에 묻지 않게 되었지만,

그런 사소한 질문을 그만두면서 어째 다른 질문들까지 같이 그만두게 되었는지.

그냥 나이가 먹고 키가 더 자라면서 ‘어른’만 되었으면 되는데,

지나치게 재미없고, 멋없는 어른이 되어 버린 게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처럼 그런 어른으로 커버린 어른들이 조금은 더 있겠죠? ^^;;

그런 어른이 된 자신이 보인다면, 조금은 어린시절의 자신이 그립다면,

사소한 일들의 조금 특별한 의미를 알고 싶다면 느림보 마음으로 한번 돌아보세요.

자신이 놓친 것이 무엇인지, 보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말이죠.

“느림보 마음” 이 녀석이 보지 않았던 그 것들을 잘 볼 수 잇도록 해주지 않을까 해요.

제가 이 녀석에게 배운 여유와 마음을 보는 방법이 다른 이 에게 모두 다 해당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도움 받았듯,  달리던 당신의 속도를

조금은, 조심스럽게 늦춰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쉼 없이 달려가는 당신에게,

저와 이 녀석처럼 서로에게 잘 맞듯이 당신에게 어울리는 책이 나타나기를 바랄 깨요.

(물론 제 마음에 와 있는 이 녀석 당신에게도 좋은 녀석이라면 더 좋겠지만,

그 어느 녀석이라도.)

제가 이 녀석을 만나 행복하듯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