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아서 기른다고 해서 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부모라면 내 아이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단단히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대단한 임무라도 주어진 것 같지만 실은 별 것 없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며 아이의 시도를 응원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몇 마디 말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특별하게 수선을 피우며 극성 엄마, 열혈 아빠가 되는 것보다 평소에 아이와 나누는 진심 어린 몇마디 말이

아이에게는 더 큰 이해와 존중과 응원이 될 수 있다.

아이의 인생에 있어 조력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 아이와의 소통과 교감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소통도 교감도 모두 대화에서 비롯된다.

그로므로 아이와 원할한 소통과 완전한 교감을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대화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 채,

혹은 알고는 있지만 실천을 하지 못한 채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고는 뒤돌아서서 곧 후회하고 가슴아파한다.

내가 내 소중한 아이에게 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을까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심한 말을 한 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나는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죄책감을 느끼고 반성하는 부모는 그나마 발전적인 경우에 속한다.

간혹 아이에게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큰 상처와 실망을 안기는 말들을 건네면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부모도 있다.

...

 

아이를 크게 크우는 말 vs 아이을 아프게 하는 말

part 2  아이를 아프게 하는 말의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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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5살 (45개월),  둘째가 3살 (19개월)

둘째가 클수록 첫째에게 양보를 요구하고, 

내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처를 주는 말을 많이 하게 되네요.

 

오늘도 큰 딸을 울렸어요.

감기로 몇일동안 빠졌던 어린이집에 오늘부터 가기로 했는데 아침에 안간다고 해서 억지로 옷입히며 울렸고..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책을 끝까지 다 안보고 다른 것들에 정신 팔린 딸에게 '니 맘대로 해라!' 라는 말을 해서 울렸고..

'맘대로 하기 싫어요, 용서해 주세요!' 라고 울며 말하는 딸에게 우는 소리 하지 말라며 냉정하게 대해서 울렸고..

 정리안한다고 책과 장난감 치운다며 울렸고..

동생이 칭찬스티커 뺏아 붙이려는 것에 속상해서 우는 큰 딸에게 잠시 기다리지도 못하냐며 윽박질렀고....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아이에게 상처만 남긴 하루였네요.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하면 갔다 온 뒤 재밌는 것 하자며 기분 좋게 꼬실 수 있었어요.

어린이집에서 가져온 책과 함께 들어 있던 종이들.. 

큰 딸은 그게 뭔지 궁금했고 나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던 건데

나는 동생의 방해가 없는 잠시의 짬을 이렇게 허비하는가란 생각에 기다려 주지 못했네요.

그것 잠깐만 봐주고 다시 읽으면 될 것을...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에게 매달리며 용서를 구하는 큰 딸에게 미안해 하기는 커녕 내 감정을 주체 못하고 냉기를 풍겼어요.

웃음이 안나온다 해도 그냥 안아주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큰 딸만의 정리방식이 있었는데 아이와 합의하에 치우거나, 싫다면 그냥 놔둬도 되는 것을 굳이 정리한다고...

동생때문에 속상해 우는 걸 토닥거리며 몇 마디 위로의 말만 해주면 되는 거였는데....

 

이러고도 어린 딸에게 잠들기 전까지 '엄마는 네가 말을 안들어서 참 속상하구나..' 라며 또 한번 상처를 줬으니

나도 참... 모진 엄마죠.

 

조심스레 나에게서 등을 돌려 눕는 아기..

움추린 어깨와 등..

상처받고 버림받았단 슬픈 기운이 나에게 온전히 전해지더군요.

 

그제야 정신이 들었어요.

 

엄마가 못 참고 화 내서 미안하다고..

울 딸이 속상해서 운건데 못 알아줘서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나도 엄마 사랑해요.

100만큼.. 더 백백백만큼 사랑해요.

엄마가 화 내면 내 가슴이 아파요.

그러니까 다시는 그렇게 화내지 마세요.

 

 

다시 내 팔을 베며 품을 파고 든 아기

10분도 안되서 쌔근쌔근 잠이 들었네요.

 

아이는 항상 변함없이 사랑스런 모습으로 크고 있었는데

제가 받아주고 참아주질 못했던 거죠.

 

만년육아란 말이 저절로 나오는 일상에 우울증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네요.

변덕스런 봄 날씨처럼 내 맘도 변덕스럽게 흔들리고 있었는지도..

 

애 둘 키우는게 생각보다 녹녹치는 않지만 그래도 유두리 있게 할 수 있는건데

내가 힘들다고 알면서도 외면하고...

 

사랑하는 마음만 충만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육아

사랑하는 맘만으로도 안되는게 일상에 지쳐버린 감정의 조절이네요.

 

맘을 다시 잡아야겠단 생각에서

오랜만에 이 책을 펼쳤어요.

 

오늘도 아이를 아프게 하는 말부터 찾아 읽기 시작했네요.

그러다 서문의

 '간혹 아이에게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큰 상처와 실망을 안기는 말들을 건네면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부모도 있다.'

란 부분에서

내가 벌써 이런 상태까지 온 것 아닌가란 생각에 충격까지...

 

 

정말 깊이 반성하고 나를 다 잡는 시간

 

오늘은

 

얼마나 잘하나 두고보자

우리 아들 착하지?

네가 좀 참고 양보해라 

 

이 파트가 제 치료제가 되었어요.

 

 

....

 

 

이 책은 몇달 전 서평이벤트로 받은 책인데 이제야 소개를 하네요.

그것도 제가 필요에 의해 다시 꺼내 보는 순간에서야..

(서평기회를 준 도치맘카페와 담손 출판사엔 정말 죄송해요.)

 변명같지만 이 책은 처음 읽는 순간부터 정말 추천 하고 싶은 육아서였기에

그냥 어설피 책 소개나 하는 식으로 쓰긴 싫었던 것 같아요.

 

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50선

아이를 아프게 하는 말 70선

 

각 예니곱줄 안팍의 예시문과 함께 부연 설명이 두쪽 분량으로 되어 있어요.

 

육아서라는게 한번 읽고 나면 다시 꺼내 보기 상당히 힘들죠.

하지만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부담없이 수시로 꺼내 볼 수 있어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일상 생활의 예시라 그 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골라 보면 되거든요.

보기 편한 목차와 각 상황에 따른 에피소드가 적은 분량으로 되어 있어서 가능한거죠.

글이 짧다고 해서 그 내용까지 작은건 절대 아니에요.

공감하고 배우고 느끼는 부분은 방대한 육아서를 정독하고 난 뒤에 얻는 것보다 더 크니까요.

 

때마다 가슴에 와 닿는 에피소드도 달라요.

전 처음 읽었을땐 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부분이 더 마음에 담겼었는데..

(그때는 그래도 감정 조절이 잘 되었나봐요.)

  언제부턴가 이렇게 아프게 하는 말 부분만.. ㅠ.ㅠ

 

오늘은 그 중에서도 둘째 때문에 힘든 큰 딸을 위로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상황이 가슴에 콕콕 박히네요.

육아에 지쳐 흐려진 내 마음을 일깨워 주는 부분하고요.

 

좋은 육아서가 정말 많지만, 어떤 육아서든 그 내용들이 진주가 아닌게 없지만

엄마를 처음처럼 강하고, 부드럽고, 지혜롭고, 사랑이 충만하게 만들 수 있는 육아서는

자주 손이 가서 때마다 환기 시켜 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네요.

지금 저에게 좋은 기운을 다시 일깨워 줄 수 있는 이 책처럼요.

제가 느끼기에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최고인 것 같아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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