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음악 'Relief',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의 삽입곡들 'Black and Blue'와 'Castle-Time', 유럽과 미국 특히 뉴욕에서는 나름 대성한 그가 알고보니 벌써 한국을 두번이나 다녀갔다. 이렇게 벌써 몇개의 굵직한 타이틀을 달 수 있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크리스 가르노지만, 정작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의 음악이다. 

크리스 가르노의 2집, 'El Radio' 엘라디오는 그야말로 크리스 가르노가 얼마나 성장하였고 음악의 장르와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성장에 대한 보고서와 같은 앨범이었다. 다양한 편곡기법과 오케스트라를 동원하고 사랑과 실연, 그의 극복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환경, 친구들, 사람들, 그리고 내적 성찰을 담은 노랫말 역시 크리스 가르노가 더이상 아름다운 소년으로 머무를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였다. 

그의 1집, 'Music For Tourists' 뮤직 포 투어리츠는 크리스 가르노의 음악의 시작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그리고 이 노래가 있다, 'Relief'.  얼마전 국내 대기업의 광고에 실린 이 음악은 크리스 본인이 말하기에 자신이 쓴 곡중에 최고로 오래된 곡이라 한다. 2집도 나온지 꽤 되었지만, 역시 이 곡이 그의 대표곡임은 여전한 듯하다. 조금은 여유있게 그러면서 애절하게 마음속 짙은 향기를 남기게 되는 이곡은 영원한 사랑, 그리고 그로 인한 마음의 위안을 얘기하지만 사실상 듣고 있다보면 부지불식간에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게 되는 곡이다. 피아니스트를 방불케하는 안정적이면서도 감정이 실려있는 정직한 크리스의 피아노와 함께 유연하게 흘러가며 마음을 위로하는 듯한 따스한 첼로의 사운드는 이 곡이 얼마나 음악적으로 그리고 시적으로 음악 그자체에 진정성으로 듣는 이에게 호소 아닌 호소를 하는 듯 느껴지는 곡임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곡들은 크리스의 개인적인 기억들, 특히 사랑이라는 경험에서 비롯된 경험으로 만들어진 곡들이다. 물흐르듯 연속되는 피아노의 사운드가 인상적인 'Baby's Romance', 가난한 연인들에 대한 귀여운 노래 'So Far',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 'Satuday', 그리고 엘리엇 스미스의 'Between the Bars' 커버 송, 크리스 가르노 다운 크리스마스 송 'It's Almost Christmas!'. 

계절이 깊어지고 옷깃을 여미게 되는 날들, 지나간 기억에서 아직은 자유롭지 못한 마음을 위로하듯, 크리스 가르노의 음악은 조용히 그리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감성으로 머리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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