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이면서 아티스트가 되기는 참 힘든 일인 듯하다. 하지만 크리스 가르노는 그러한 부분을 다 충족시키고도 남을 흔치 않은 예술가라 생각된다. Garneau라는 프렌치 느낌이 강한 이름에서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벌써 풍기는데, 1집 Music For Tourists 에서는 듣기 편한 감성적인 곡들을 다뤄왔다면, 2집 El Radio 에서는 감성의 흐름에만 치우치지 않고, 더 깊어지고 심오해진 그의 음악 세계를 접할 수 있다. 사랑과 이별, 분노와 인내, 삶과 죽음,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인간사에 대한 통찰력이 느껴지는 노랫말과 함께, 피아노와 첼로의 기본 사운드에 추가되는 악기들로 컬러풀하고 꽉찬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다. 

애절하고 공명감이 느껴지는 Leaving Song으로 시작한 앨범은 사계절을 테마로 챕터를 설정해서 분리해 놓았고, 각각의 계절과 사람들의 삶과 닮아 있는 노래들로 포진해 있다. Hands On the Radio 는 크리스 가르노 특유의 어쿠스틱한 피아노 사운드와 함께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스트링과 함께 카니발의 느낌이 가득한 묘하고 살짝 기괴한 느낌까지 자아내는 Dirty Night Clowns 는 정말 새로운 크리스 가르노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초에 한국에 다녀가서 EBS의 음악 프로그램 공감에서 라이브 공연을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이번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도 라인업으로 나와있는 걸 보면, 역시 한국인의 감성과 닿아있는 아티스트인가보다. 

상처 받아서, 잠못 이루는 이 가을밤, 크리스 가르노의 위로를 받으며 오늘은 편히 잠들어 볼 수 있을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