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새빨간 책 표지가 눈에 확 띈다.

그리고 컬러풀한 곤충들. 하지만 책 속에는 사진은 없고 곤충에 관한 이야기들이 잔뜩!

가장 친근하고 가장 처음에 나오는 곤충이 뭘까 생각해 보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이 책에 무당벌레가 참 많이 나온다.

그 선명한 빨강과 검정의 대비와 동글동글한 귀여운 모양새때문인 듯 하다.

개미도 많고 벌이나 나비도 나오고.

역시. 첫 등장은 무당벌레였다!

무당벌레를 영어로 'ladybug'라 하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책에서는 'ladybird'라고 한다. 바로 검색 들어간다. 아.... 미국식과 영국식의 차이였다.

무당벌레의 습성중 계속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어서

시소처럼 생긴 곳에 올려놓으면 계속 위로 올라가려다 그쪽 끝이 무거워지면 다시 밑으로 떨어지니

다시 반대쪽으로 열심히 기어 올라가서 결국 계속 좌우 왕복만 한다는 것을 티비에서 본 적이 있다.

참 신기했는데 그래서 무당벌레는 좀 더 내 머릿속에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다른 곤충들 보다도.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무당벌레에 관한 이야기도 잠시.

우리에게 친숙한 곤충들을 몇가지 살짝 소개한 뒤 본격적인 본론으로 들어간다.

염색에 관여하는 깍지벌레, 비단을 짜게 해주는 누에, 종이를 만들수 있게 도와주는 곤충까지.

그 각자의 특이한 습성을우리 인간들이 어떻게 이용해왔는지를 알려준다.

깍지벌레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 선명한 빨강이 어떤건지 너무나 궁금하게 만들정도로.

아마도 책 표지의 빨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레를 장신구로 쓴다는 내용을 읽었을때 번뜩 떠오른 것이 'antm'

한때 재밌게 봤었던 미국 오락 프로그램인 'america's next top model'이다.

그 프로그램중 하나의 미션이 곤충으로 만든 브로치를 달고 런웨이 무대에 서는 것이었다.

당시 그 프로그램을 보았을땐 조금 충격이었고, 왜 저런 잔인하고도 징그러운 짓을 할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나니, 벌레를 장신구로 만든것이 매우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최근까지도 벌레로 만든 장신구가 있으며, 그 것을 반입하려다 공항에서 제지 당했다는 국제 기사도 있다는 것을 찾았다.

풍뎅이 위에 얇은 금속을 붙이고 그 위에 보석을 올려 만든 브로치.

그리고 무당벌레나 나비, 잠자리의 모양을 본따 만든 장신구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내가 모르는 세상에서는 이렇게 곤충으로 장신구를 만들었던 것이다. 아주 공개적으로.

21세기에 사는 현재에는 이런 놀랄만한 일들이 거의 사라졌다.

비용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깍지벌레나 누에를 이용한 옷감과 염색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남아 있다고 해도 무척 고가이거나.

곤충을 혹사시키지 않고 만들 수 있는 대체품들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곤충들의 경이로운 솜씨를 직접 보고싶다는 욕망도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이 책의 제목인 <욕망의 곤충학>은 절묘한 네이밍이었다고 본다.

일벌들의 밀랍으로 만든 양초가 켜진 성당의 모습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곤충들이 아닌, 인간 친화적이고 도움을 많이 주었던 곤충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놀랐다.

내가 어릴적만해도 잠자리 채집은 매우 쉬웠다. 곤충채집이 방학 숙제로 있었을 정도로 곤충이 곳곳에 많았다.

그러고보니 곤충을 본지 참 오래된 것 같다.

반딧불이를 모아 책을 보려면 적어도 200마리 이상은 모아야 완전한 어둠 속에서 겨우 문자를 해독할 수 있을 정도의 밝기가 된다고 신문에서 본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정도까지 모으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어떤게 진실인지도 궁금하고.

어린시절 곤충하면, 파브르 곤충기랑 곤충도감이 제일 먼저 떠올랐는데.

어른이 된 나에게도 이런 곤충기를 선사해준 작가의 작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