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3만여건의 암환자 진료라는 카피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적어도 날치기가 쓴 암에 대한 책은 아니니 읽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의 입장에서 어떻게 암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 솔직한 속내가 궁금했다. 
암 정복 시대는 머지 않아 열릴 것이라는 최일봉의 글을 읽으며 진정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대장암에 걸린 것을 보았기 때문에 암은 나에게 낯설지 않은 병이다. 
하지만 아직도 암은 미지의 세계처럼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저자 최일봉의 생각을 곳곳에서 동감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참 냉정한 머리로 쓴 책이구나 하는 생각 또한 들었다. 
실제 암 환자를 가족으로 가지고 있다면 이렇게 담담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떠오르곤 했다. 
여러 죽음의 모습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암일 수 있다는 최일봉의 말은 아무래도 한다리 건너서 암을 바라본 것이지, 사랑하는 사람이 암에 걸린 것을 바라보아야 하는 그 울고불고하는 심정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보인다.
그래도 이 책은 암에 대해 살떨리는 마음을 조금은 진정시켜주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다. 감정적으로만 암을 받아들이는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암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람은 반드시 죽지만, 암으로 죽고 싶지 않은 것은 모든 사람의 소망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다가왔을때 마냥 슬퍼하지만 말고 조금 더 냉철해지라고 이야기 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마냥 절망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다운 품위를 잃지 않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