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는 쉽게 읽혔다. 읽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활자가 눈으로 질서있게 들어옴을 느꼈는데 이번 책은 좀 난해하다. 플라톤 부터 시작해 베른슈타인까지 거의 유명한 모든 철학자와 정치가들의 주장을 나름 분석했고 최선의 국가관을 찾기위해 독자들을 인도했다. 더욱이 작가의 신념에 치우쳐지지 않기위해 한발 떨어져 집필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런 점이 되려 글을 어렵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모든 점에도 불구하고 감히 책을 평가하자면 "이시대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론"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박정희 정권, 민주화 운동,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명박/박근혜 정부 그 사이사이 신념을 위해 흘린 우리의 피.. 이런게 모여 지금의 나라를 만들었다. 하지만 역사가 발전만 하는게 아니라는걸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부터 처절하게 배웠다.

 

아무리 사람이 그 자체의 본성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영향을 받아 달라진다 해도 상식이 통하는 시대라곤 누구도 말하지 못할거 같다. 그런 억압을 받아 이룩한 진정한 민주주의가 지금이지 않을까 하는 조금의 기대를 갖는다.

 

그리고 책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힌 부분이 있다. 없는자 가난한 자가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적 성향을 뛰는게 상식이나 영남의 시골사람들은 왜그리 보수에 집착할까란 의문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된 설명이 아래와 같다.

"유한계급은 부유하기 때문에 혁신을 거부한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너무나 가난한 나머지 혁신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어서 보수적이다. 기존의 사유습성을 바꾸는데는 상당한 정신적 노력이 요구된다. 본능적 저항감(무었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에 대한)을 극복 하려면 상당한 노력을 피할수 없다." 더욱이 박정희에 대한 향수까지 더해져 세뇌란 표현이 때론 정확하다 싶은 사람들이니... 어찌보면 고개돌릴 용기조차 없는 그런 사람들인거 같다. 하지만 불쌍하다느니 하는 서투른 동정은 감정의 사치라 생각한다, 스스로 용기내지 않으면 변화를 바라는 희망조차 사치라 여겨서다.

 

정치는 폭력을 수반하고 그래서 과정보단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정치인의 덕목이란 주장에 격하게 공감한다.

 

유시민 작가의 주장엔 반론을 제기하기가 어렵다. 그의 주장이 백프로 옳아서가 아니다. 내가 그의 골수 팬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여 그가 산을 가리키는데도 난 산이 아닌 그의 손가락을 쳐다볼때가 종종있다. 그의 주장이 날 감화시켜서가 아니라 그의 삶에 내가 동화되어서 생긴 병이니 쉽사리 치유되진 않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