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빨강머리가 너무나 싫은 소녀가 있었다. 그런 소녀에게 당근이라며 놀린 남학생이 등장하고 그 장면 뒤로 소녀는 공부하던 석판을 들고 남학생에게 다가가 열정적으로 내리친다. 그 소녀의 이름은 앤이고 남학생의 이름은 길버트다.

흔히 큐피트의 화살은 좀 로맨틱한 상황에서 사용되는데 석판에 머리를 맞은 그 순간 반짝이는 별과 함께 시작된 길버트의 앤에 대한 사랑은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 고난을 해치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앤은 블라이스 부인이 되고 길버트는 의사로서 새로운 항구도시에 정착한다. 번잡한 마을 반대편에 자리잡은 아담한 집에 항구를 관리하는 짐선장과, 미스 코닐리어 그리고 앤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레슬리가 등장한다. 짐 선장은 전형적인 뱃사람이나 마음이 너무나도 순수하여 길잃은 고양이 조차 외면할수 없는 사내이고 미스 코닐리어는 입버릇 처럼 남자를 무시하지만 결국 짝을 찾아 결혼한다. 레슬리는 28년 인생의 전부가 비극으로 채색되어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죽음과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결행한 사랑없는 결혼 그리고 끝없는 간호까지.. 하지만 신은 고난과 함께 행복이란 선물도 준다.

28년의 외로움을 달랠 선물로 오웬 포드가 등장한다. 짐 선장의 인생록을 책으로 편찰할 정도의 솜씨있는 작가이면서 레슬리의 반쪽이기도 한 그와 레슬리의 사랑은 안타깝게 그리고 무겁게 다가온다. 그 둘의 사랑에 우리의 앤이 결정적 역할을 한건 아주 당연한 부분이고..

 

앤에게도 시련이 생긴다. 첫아이의 출산과 사망 그로인한 후휴증... 하지만 1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보석과도 같은 아이가 다시 찾아 온다. 이름은 짐선장과 양아버지 메슈의 이름을 붙혀 제임스 메슈로 짓는다.

어머니이기도 하고 사랑받는 아내이기도 하고 좋은 사람들의 벗이기도 한 앤 그녀의 삶은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공기를 들어 마시는 청량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