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꼭 읽어야 겠다고 맘먹은 책이 태백산맥과 토지 두질이다.

두편다 워낙 많이 들어왔었고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어 대강의 줄거리를 알고 있던 터라 굳이 책으로 볼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여지껏 읽지를 못했다.

 

태백산맥 첫권을 읽으면서 처음 느낀점은 전라도 사투리를 어쩜 이리도 사실적으로 재현했을까란 탄성이다. 주인공들의 처한 상황이나 맘속에 내재되어있는 서글픔, 분노, 두려움, 아련함 등의 감정이 사실적인 사투리를 통해 투영되니 감동이 배가되는 느낌이다.

 

철저한 사회주의자이자 공산주의의 수뇌인 염상진과 백범을 존경하는 민족주의자 김범우 두인물이 격은 삶을 통해 해방전과 후의 시대상황이 묘사된다. 염상진의 경우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선생님이 가능할 정도의 교육을 받았으나 일제치하에서의 독립운동을 위해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하고 이론무장에 더해 실천력까지 있어 소작쟁의와 같은 직접적 투쟁을 주도한다. 비록 조국이 해방되었으나 남과 북이 분단되고 미군정에 반기를 들어 공산당 지부장 역으로 여수/순천 반란을 주도하지만 패퇴하여 산속으로 숨는다..

김범우의 경우 지주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형 범진의 독립운동과 아버지의 시대를 넘은 합리적인 생각의 영향을 받아 성장하지만 강제로 학도병에 징집된다. 하지만 극적으로 탈출해 조국의 독립을위해 싸우려는 일념으로 미 정보국 OSS교육을 받으나 일본의 항복으로 졸지에 미국에게 동료에서 포로의 대우를 받으며 환국한다. 경험과 투쟁으로 인해 민주주의, 공산주의를 넘어 백범의 민족주의를 실천에 옮기나 기득권을 가진자들의 농간에 휘굴리는 정치현실에 대한 환멸과 아무런 힘을 쓸수 없는 자신에 대해 아쉬움만을 느낀다..

 

나라가 공산당을 만들고 지주가 빨갱이를 만든다는 소작인의 말이 1권 전체를 대변하는 문장같다. 공산주의, 민주주의를 원한게 아니라 최소한의 가난만을 면해보려는 대다수 민중들의 욕심아닌 소망을 이용해 자기들 사상을 주입 시키려는 행태나 그런 사상에 대해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 처럼 철저한 분석없이 자신들의 처한 상황을 대비해 맹목적이 되어있는 하대치, 강동식, 염상구 같은 사람을 보면 미련함과 아련한 감정사이의 애증이 교차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