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아닌 것 같이

 

                                          글, 사진 정민기
                                          하우넥스트

책을 열면 바람결에 같이 여행을 다니다가 책을 덮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다.
책 속의 글은 바람처럼 가볍고 움직임이 많다. 그러나 그 가벼움은 다른 의미가 된다.
글을 한편씩 만날 때마다 중.얼.중.얼이라는 단어로 표기가 된다.
글의 수도 한글로 표기되어 혼자 중얼거리면서 여행을 떠나는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 나도 함께 움직이게 된다.

 

중얼거리면서 여행을 떠나고 투덜거리면서 그 길을 다시 되짚어 보는 것으로
저자의 느낌이나 털털함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매료되고 말았다.
어찌보면 시시하기도 하고 싱겁기도 한 저자의 글들.
어찌보면 메모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장난스러운 끄적거림으로 보이기도 한다.

 

지난 간 뒷길을 다시 되돌아보기도 하고 제자리에서 별거 없음에 행복해하기도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느끼며 감성을 그대로 흡수해버리는 모습을 글로 표현하고 있다.

단조롭다고 느꼈던 삶속에서 사람들은 많은 감정을 만나게 된다.
일상속에서 아무 것도 아니라고 느끼는 생각과 느낌들을 저자의 눈으로
바라보듯 유유자적 읽어내려갔다.
글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생각이 있었어 이런 느낌이 있었어' 공감대가 형성되곤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던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그 생각과 표현들이 글로 만나게 되니 마음 한켠이 조금은 시려온다.

 

글과 함께 기재된 사진들도 일상의 움직임 그리고 생활에 묻어나 있다.
외국 여행을 다녔을 때 찍었던 사진들로 보인다 그런데 그 모습과 글은 무던하게도
닮아있다. 그 안에서 생활하는 모든 것들이 글로 표현되고 사진으로 보여지는
그 이미지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햇살과 대화하고 바람과 이야기하고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서는 모습까지 이제 눈에 선하다.

프롤로그를 지나 보면 목차도 중얼거림 같다 

First : 흔들리는 것들은 그렇게 함께 간다
Second : 오래되었어도 너는 나에게 새것이고 오래되었어도 나는 너에게 새것인
Third :꿋꿋이 좋아하는 그녀를 사랑한다 나는
Fourth : 그때도 지금도 길 위에 서서 길을 찾는다

이렇게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그에게 일상 그리고 주변, 사람, 인생의 행로에 대해
중얼거리는 것을 목차를 보면 한눈에 보게 된다.

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