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보다 무거운 거라곤 들어본 적 없이 군대를 가게 됐다.
훈련소 대기는 무슨 일인지 5일이나 걸렸고,

6주간 훈련을 받은 뒤엔 주특기 교육을 위해 다른 부대로 배치되었다.

주특기 교육에 대기 2일이 걸렸다. 주특기는 운전병.
게다가 8주 교육.
때마침 그 해는 육군 창립 50주년으로 모든 기간병이 바쁜 탓에 또 대기.
때마침 황금 같은 추석 연휴.
8주간 운전과 정비를 배우고 마침내 자대를 가게 됐지만,

또 무슨 사연인지 사단 휴양소에서 5일 대기.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연대로 배치 됐지만 다시 그곳에서 일주일 대기.
남들은 100일 휴가를 갔다 와서도 한참이 지난 시기였다.

이런 긴 여정 끝에 배치된 부대는 대남방송이 울려퍼지는 강원도 산 골짜기.
세수하러 온 토끼가 물만 먹고 튈 것 같은 동네였다.
그곳에서 난 그 기나긴 시간 배운 운전과 정비에 군생활을 불살라 주리라 다짐했지만,
배치 첫 날, 행정병이 돼버렸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대기의 연속에서 지냈는지
이미 내무반엔 밑으로 8명이나 있었고, 난 일주일 뒤 일병이 되었다.

힘들다는 이등병 생활, 난 솔직히 모른다.
난 가자마자 걸레 잡을 짬이 훨씬 지난, 베개 각 잡는 군번이었다.
어떻게 보면 편하디 편한 생활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또 그렇지도 않았다.
편하게 이등병 생활 넘겼다는 까닭으로 인한 고참들의 갈굼.
느닷없이 나타난 고참에 대한 이등병의 무시.
그리고 엄정한 행정반의 군기.
(암기 강요와 구타는 이제 없다는 대대장 말을 듣고 나온 지 30분만에 내가 건네 받은
A4 종이가 3장이었다. 거기엔 온갖 전화번호와 노래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건네 준 고참이 한 말은 내일까지 외워라 였다.)
이렇듯 사람 일은 예측 불허.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는 그런 소설이다.
집을 수리하는 과정이 만나는 인물에 따라 물 흐르듯 전개된다.
무심한 농담 속에 편집자 같은 인물 파악이 볼거리다.
난 그런 농담이 좋다.
무심한 듯, 손을 탁 놓아 버리는 듯한 그런 유머

성격급한놈이면집안고치고팔아버릴이야기, 재미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