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 가 보았나요? 구름 나라, 물 나라, 소금 나라, 바람 나라, 아이스크림 나라, 책 나라, 모래 나라, 양말 나라, 꽃 나라, 바위 나라... 세상에는 너무 많은 나라들이 있어서 다 둘러보려면 평생 쉬지 않고 여행만 해야 합니다. 그중에서 오늘 찾아갈 나라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주 튼튼해서 멋진 나라, 철 나라입니다.」 라고 시작하는 이 책은 자신의 장점을 사랑할 줄 아는 지혜를 축복하는 이야기다.

이 철나라는 온통 철로 되어 있다. 거북이는 등이 철판이고 고슴도치 가시는 철사이며 풀잎도 얇은 철판이고 사람들은 용수철로 된 머리카락과 튼튼한 철 갈비뼈를 갖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큰 적은 무엇일까! 바로 물이다. 녹이슬게 만들기 때문에 비를 맞지 않게 고무 고깔을 가방 속에 늘 준비해 다닌다.

그 나라에서 어떤 아이가 태어난다. 청진기를 갖다 대는 순간 청진기가 가슴에 확 달라붙는다. 의사는 가슴 속 갈비쪄가 철이 아니라 자석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을 다 끌어당기는 힘이 강한 인기인이 될거라며 끌리스로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고 한다. 우유병, 노리개 젖꼭지, 포크, 접시 등 모든 물건들이 끌리스의 가슴에 달라붙기에 끌리스네 집에서 쓰는 모든 물건은 나무로 만들어야 했다. 어느날 엄마 아빠가 고무고깔 모자를 쓴 것을 보고 고무 옷을 입으면 어떻겠냐는 끌리스의 의견에 부모들은 너무 좋아한다. 그 생각은 차마 못했기 때문이다. 끌리스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지만 부모들은 아낌없는 사랑과 전폭적인 지원으로 끌리스를 자랑스럽게 키워낸다.

끌리스가 태어난 다음해에 가슴이 자석으로 되어 있는 또 한명의 여자 아이 끌라라가 태어난다. 그 집은 그 사실이 너무 창피해서 끌라라를 집안에서 되도록이면 나가지 못하게 한다. 행여나 다칠까 싶어 학교에선 플라스틱 피라미드를 씌워 흉기가 될 수 있는 아이들의 물건에서 보호시킨다. 점점 혼자가 되는 끌라라와는 달리 끌리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생각하며 구조대원이 되길 희망한다. 다른 구조대원은 할 수 없는 일을 척척 해내는 끌리스는 이름처럼 단연 인기인이다. 모래 속에 빠뜨린 시계, 반지, 안경, 장난감을 모래 속에 드러누워 수영하듯 허우적대어 가슴에 달라붙게 해서 척척 찾아준다. 산꼭대기 위 바위틈에 빠진 열쇠를 찾아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다른 대원은 잘 할 수 없는 것도 가슴만 갖다대어 일사천리로 해결한다. 다른 구조대에서 모셔가려 야단이다.

사람들을 피해 동굴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곡을 만드는 끌라라에게 어느날 수십마리의 철 수세미 양들이 그 힘에 이끌려 끌라라의 가슴에 달라붙게 되고 양을 잃은 주인이 양을 찾아달라고 끌리스에게 부탁하면서 끌라라와 끌리스는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둘은 결혼을 해 고무가 발라진 벽으로 된 집을 짓고 사이좋게, 행복하게, 즐겁게, 멋지게 딱 붙어서 살게 된다.

둘은 같은 운명을 타고 났지만 참 다른 삶을 살았다. 남과 다른 것을 인정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삶을 살았던 끌리스와 그것을 숨기려고만 했던 끌라라의 삶에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생각의 차이가 인생에서 많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이다. 자신의 핸디캡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끌리스의 당당함이 너무나 멋지다. 그리 길지 않은 책인데 재밌는 스토리 속에 핵심이 콕 박혀 있어 읽고 난 후에도 많은 여운이 남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