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국사 과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이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어릴 적에 왜 이런 책이 없었는지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국사에 관한 것이라곤 교과서밖엔 없었던 터라 딱딱하고 외울것만 잔뜩 들어있었던 국사가 난 참 싫었었다.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재미난 역사책을 볼 수 있으니 정말 복받은 아이들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를 기르고 아이의 책을 읽으면서 아지금은 이들이 공부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역사책을 소설책 읽듯이 읽는다면 전체적인 맥락이 머릿속에 콕! 박히치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고려의 위인으로는 나라를 세운 왕건, 거란족을 물리친 강감찬 장군, 중국 땅에서 목화씨를 힘들게 가져온 문익점이 유명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알려진 영웅보다는 이곡, 문종, 김윤후, 서희, 정천익, 최무선이라는 숨은 영웅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 6명의 영웅들의 공통점으로는 첫째,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 둘째, 자신의 이익보다 나라와 민족, 그리고 이웃을 위해 생각하고 실천한 점. 셋째, 자기 노력이 고려를 더 강하게 하고, 고려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해주리라고 믿었던 점을 들 수 있다. 이들이 없었다면 고려도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처녀들을 원나라에 강제로 보내는 공녀제도에 대해 원나라 황제에게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용기있게 상소문을 올린 이곡은 눈물바다인 고려를 웃음짓는 곳으로 바꿔놓았다.

최초로 과거 제도를 실시한 제4대 광종, 원나라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제31대 공민왕도 유명하다. 그들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로 문종을 꼽을 수 있다. 금으로 만든 용상을 은으로 만들고 금이불도 보통 이불로 바꾸라고 하는 등 검소하고 깨끗한 생활을 하는데 앞장선다. 그러자 정치도 깨끗해지고 백성들도 벼슬아치들로부터 시달림을 덜 당하게 된다. 백성을 위하는 법이 나라의 기본이라는 신념을 잘 지켜나간 왕이다.

한때 세계를 호령한 몽골이 처인성을 침략해 오자 떨고 있는 주민들의 사기를 높이고 화살 하나로 몽골 장군을 물리쳐 큰 승리로 이끈 김윤후는 오랜 전투로 지쳐 있는 충주성 사람들에게도 노비문서를 불태워 사기를 높여 몽골의 부대를 무찔렀다. 큰 병사를 동원하지 않았어도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사기를 진작시킨 그의 리더십과 공로는 대단하다.

지혜로운 생각과 행동으로 협상에서 이긴 서희를 통해 이 시대뿐 아니라 고려시대에도 협상이 얼마큼의 위력을 발휘했는지 알 수 있다.

'목화씨' 하면 문익점을 떠올리지만 문익점의 장인어른인 정천익 또한 목화솜의 일반화에 기여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마마'나 '수라간' 등은 원나라의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것이란다. 전통혼례 때 쓰는 '족두리'와 '귀고리','연지' 바르는 것과 은장도를 차는 풍속 또한 그렇다. 만두나 설렁탕, 소주 등도 원라라의 음식이란다. 왕 이름 앞에 '충'자가 붙은 왕은 원나라에 충성한 왕이란다. 이 사실을 알고 많이 놀랐다.

6명의 인물들마다 '꼭 알아야 할 고려의 역사' 편과 '역사 속의 숨은 이야기' 편이 나오는데 세세한 고려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역사에 한발자국 다가가 친숙해진 느낌이 들 수 있는 책이다. 이래서 책만큼 좋은것도 없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