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여자아이라 그런지 과학분야의 책을 일부러 찾아보진 않는다. 생태에 관한 책도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에 책을 고를때도 그런책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창작류의 책에 손이 많이 가는게 사실이다. 그런 딸을 위해 이 책은 생태책과 친숙해질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것이라 생각한 것에 부응해 아이는 너무나 유쾌하고 재미나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만화로 된 책이어서 너무 가볍거나 알멩이가 없는건 아닌가! 라는 나의 편견은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모두 떨쳐버릴 수 있었다. 지식적인 면을 사실적으로 열거하지 않고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서 일부러 그 지식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아도 내 몸에 자연스럽게 베어드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식물학자인 아빠의 영향으로 완두는 친구들 사이에 식물박사로 불린다. 어떠한 사건이 일어날때마다 완두의 해박한 식물지식과 예리한 추리력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12가지의 일이 일어나는데 결정적인 단서로 인해 완두는 그 사건들을 잘 해결해 나간다. 12가지의 사건마다 '완두의 생태 수첩'이라는 코너에서 사건 속에서 보여진 식물들의 특징들을 잘 정리해 놓아 재미 위에 알찬 지식이 더해져 꽉찬 느낌을 맘껏 느낄 수 있다. 생태수첩에서는 겨울에도 살아 있는 풀, 이른 봄에 피는 꽃, 서로 다른 시기에 피는 꽃, 바람을 타고 가는 씨앗, 가시가 있는 식물, 스스로 씨앗을 퍼뜨리는 식물, 나이 먹는 나무, 나무의 몸, 도꼬마리, 낙엽, 나무의 겨울 눈, 늘푸른 나무 등에 대해 짚어주고 있다.

토끼풀은 꽃 한송이가 아닌 여러 꽃이 함께 모여있다는 사실이 재미나다. 꽃이 너무 작아 곤충의 눈에 안띄기 때문에 뭉치는 작전을 쓴 것이다. 아카시 나무는 어릴때만 가시가 있는데 초식 동물이 어린잎을 먹지 못하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봉숭아의 영어 이름인 '나를 만지지 마세요'란 뜻이 참 재미나다. 나무는 껍질 쪽만 살아 있기 때문에 톱으로 겉표면 몇센티미터만 잘라도 죽는다고 한다. 늘푸른 나무는 모두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하기 힘들때가 있다. 그것을 구분하는 열쇠는 잎의 수를 세어보는 것이다. 소나무는 2개, 리기다 소나무는 3개,  잣나무는 5개로 구분하기 쉽다는 것. 갈등이라는 말은 칡(갈)과 등나무(등)이 함께 심하게 꼬여서 엉켜있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내가 새로 알게된 사실이라서 더 기억에 남는다.

완두는 등산을 하다 절벽에서 떨어진 아저씨를 칡을 던져 도와준다. 샤프심에 찔린 줄 알았던 친구의 팔이 제비꽃 속에 있었던 벌이 쏜 것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돈을 갈취하려는 불량배가 들고 온 사진이 조작된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귀고리를 잃어버린 친구가 다른 친구가 가져간 것으로 의심하자 완두는 습기에 민감한 솔방울이 귀고리를 숨긴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도둑의 발에 붙어있는 봉숭아씨를 보고 증거를 찾아낸 완두. 나이테를 보고 친구를 찾아낸 사건. 나무를 죽인 자를 찾아 내기도 한다. 도꼬마리를 보고 운동화를 찾아내기도 하는 명탐정 식물박사! 식물을 통해 완두는 일어난 사건들 하나 하나의 실마리를 풀어가 문제들을 척척 해결해준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듯 하다. 그 작은 풀 한포기도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전략을 세운다는 것이 참 기특할 뿐이다. 힘들어도 견뎌 내는 인내심, 부드럽고 어린 듯하지만 극한 환경을 이겨 내는 강인함,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협동심, 자신의 몸을 가볍게 만들 줄 아는 소탈함까지 인간의 인생사와 참 많이 닮아있다. 오히려 우리는 식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식물에 대해 한발짝 다가서 친구가 된듯한 느낌이랄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렇게 느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