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김 수환 추기경님의 일생과 한수산 작가님의 개인사가 번갈아 쓰인 장편소설이다.

아니, 장편소설보단 에세이집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거 같다.

실제로 김 수환 추기경님과 한수산 작가님이 만난적은 단 한번밖에 없다고 한다.

한수산 작가와 추기경님과의 일화는 작가가 추기경님과 악수했던 왼손을 사흘간 씻지 않으며 그 모습을 떠올렸다는 글에 적혀있다.

정조 임금의 손을 잡은 뒤 그 손을 귀하게 여겨 명주수건을 감싸고 다녔다는 황사영의 일화를 떠올리며 추억을 더듬었다고 하면서 말이다.

자신의 아픈 과거였던 필화사건의 내용을 진실 되고 생생하게 늘어놓은 작가의 글속에서 아픔과 고문의 강도가 고스란히 전해 내려오는 것 같았다.

전두환 정권시절 필화사건으로 많은 글쟁이들이 고문과 억지자백을 받았단 말은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욕망의 거리’라는 글이 대통령을 모독하고 빗대어 쓴 글이라는 오명 때문에 그가 당했던 무시무시한 고문들은 읽는 내내 몸서리 쳐질 만큼 끔직하고 잔인했다.

 김 수환 추기경님이 생전에 서로 사랑하라고. 서로 하나가 되라고 했던 말을 작가는 자신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고문을 당하고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며 응어리 진 가슴을 풀어나간다.

그 의문이 살아가는 동안 명제로 남아 결국 3년 만에 다시 글을 쓰게 된 작가님의 말속엔 김수환 추기경님의 일생을 담아가며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어느새 용서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담고있었다.

누가 이유 없는 고문을 당하며 가해자에게 받은 고통을 용서라는 단어로, 사랑이란 단어로 치유 할 수 있을까....

추기경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한수산 작가님은 개인의 고통을 그분의 영적인 삶속에서 치유 받고 용서를 받으며, 고문했던 가해자들 역시 용서했다고 한다.

이제 압니다. 증오는 인간의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그 무엇도 소생시키지 못 한다는 것을. 그것은 다만 인간성을 파괴할 뿐이라는 것을. 삶은 짧다. 되돌아가야 한다. 분노,증오의 저편으로 뛰어 넘어서 돌아가야 한다.-339p

내가 용서하지 않으면 나도 용서 받지 못한다. 이 단순한 이 한 마디를 나의 것으로 이루어내는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