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연재되어 조회수 350만을 기록한 이기호의 화재소설..

이 책의 앞부분은 이런 타이틀로 나의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표지 속 엉성하고 익살맞은 그림삽화는 부드럽고 단정한 이미지와 상반되며 다소 엉뚱해 보인다.

그리고 그 엉뚱함을 소설속 주인공인 "나"와 "시봉"이라는 두 청년을 통해 엿볼수 있다.

 나와 시봉은 지능이 떨어지는 모자란 사람들이다.

시봉은 부모님이 사망하셔서, 나는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아 복지원에서 살게 되었다.

복지원에서 구타를 당하고 양말을 만들며, 그들이 주는 성분을 알수없는 약을 먹으며 아주 당연한듯 순화되어 살아간다.

맞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면서 맞고, 죄를 고백하라는 복지사의 닥달에 일부러 죄를 짓고 기쁨으로 맞고..

죄를 짓지않으면 괴로워서 견딜수가 없다.

오늘은 어떤 죄를 지어야할지 고민이 된다.

나는 일부러 복지사를 때리는 죄를 짓고 구타당하는 시봉이 부럽기까지 하다.

그러다 노숙하다 들어온 한 아저씨의 고발로 나와 시봉은 복지원에서 벗어나게 된다.

살아오면서 한번도 일을 해본적도, 잘하는것도 없는 나와 시봉은

그나마 제일 잘하던 일이 "사과" 였던것을 깨닫고 주변사람들에게 대신 사과를 하며 돈을 받는 일을 하기로 한다.

시봉의 여동생 시연과 함께살던 뿔테달린 안경을 쓴 남자는 그런 나와 시봉을 사과대행업을 시켜 돈을 번다.

그러다 집행유예로 두 복지사가 풀려나고 복수를 위해 시봉과 나를 찾다 시봉만 데리고 사라졌다.

이 책에선 시봉의 죽음을 그렇게 암시하고 있다.

죄와 벌은 같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죄를 짓고 사과를 해야 마음이 놓인 "나"와 시봉의 세상을 보는 눈은 이기적으로 변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사과를 통한 구원을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슬픈 내용으로 끝이 나지만 책을 다 읽은 느낌은 솔직히 재미있고 유쾌했다.

나와 시봉의 눈으로 본 세상은 천진하고 순수하다.

죄를 지으면 사과를 하면 해결이 되니까..사과를 하면 걱정근심이 사라지니까 말이다.

두 사람의 사는 모습은 현실세계와 너무 동떨어지고 동화되지 않지만, 책을 다 읽어갈 즈음 그들의 삶의 방식이 이해되고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가는건 어쩜 우리도 우리 속마음 속엔 사과해야할 그어떤 짐을 들고있어서가 아닐까싶다.

사과는잘해요, 이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