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밝지만은 않은 노란색의 표지. 레이싱하는 차를 감은 파랑색의 개 한 마리.

이 책은 화자가 참 특이하다. 책 표지에 등장하는 엔조라는 이름의 개가 주인 데비의 가족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텔레비젼을 통해 배움을 쌓고, 자신이 개보다는 인간에 더 가까우며, 엄지 손가락이 없어서 손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개가 죽으면 내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하는 몽고의 내세관은 믿는 개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건 몸짓뿐이다. 때로 몸짓은 위대하다. 또 이따금 선을 넘어 신파조의 세상으로 접어들자면 명확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몸짓을 해야 한다. 내 요점을 이해시키려면 도리가 없다....."

  이렇게 엔조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래서 처음에 읽을 때는 개가 이야기하는 것에 낯설었는데 점차 엔조의 입장에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엔조는 사람을 잘 이해하는 영리한 개이다. 엔조는 카레이서인 데비가 사랑하는 이브와 만나 결혼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 이브가 예쁜 딸 조위를 낳는 과정을 지켜보며 의무감을 느끼기도 했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그 가정에 세찬 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이브에게 큰 병이 생긴 것이다. 엔조는 발달한 후각 덕분에 이브 머리 속에서 나쁜 냄새가 나는 것으로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가족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기에 안타까와 한다. 병원에 가기를 싫어하는 이브로 인해 점점 병은 깊어가고, 결국 몇달 동안 병원에 입원하지만, 결국 친정집에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리고 남겨진 딸 아이의 양육권 문제로 처가와 분쟁이 시작된다.

  엔조는 데비의 행복했던 시간 뿐만 아니라 아내를 잃고 양육권 분쟁으로 절망하는 어려운 시간에도 함께 하면서 애완견의 존재를 넘어서서 데비에게 사랑과 용기를 북돋아 준 진정한 친구였다. 처음엔 [빗속을 질주하는 법]이란 제목에서 단지 데비가 카레이서이기 때문에 카레이싱의 내용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읽어가면서 인생에서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레이서가 경기를 하면서 여러가지 충돌이나 사태에 대비해야 하고, 더군다가 빗속에서는 어떻게 운행해야 할지 미리 알아두어야 하듯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지도 모를 어려움과 시련 등의 강한 빗속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질주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드라이버들은 비를 두려워해. 자칫 비가 실수를 범하게 하거든. 트랙의 물기 때문에 차를 엉뚱하게 다루게 될수도 있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대처를 해야 하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때 대처하면 이미 늦어버리거든."
 "드라이버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레이스는 길다. 너무 빨리 달리다가 중도에서 주저앉는 것보다는 차라리 늦게라도 완주하는 쪽이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