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많이 읽었었던 빨간 머리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상냥하고 귀여운 빨간머리 앤~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자라~"

이렇게 불리는 애니메이션도 어렸을 때 언제 하나 손에 꼽으며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요새 텔레비젼으로 다시 방영해 주어서 딸아이와 함께 본다.

내가 노래를 따라부르니 아이는 엄마가 어떻게 노래를 알고 있는지 신기해 하는 눈치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빨간머리 앤이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였다는 기사를 본게 몇달 전인 것 같다.

딸 아이가 책을 보자마자 "와, 너무 이쁘다!"하고 소리를 지른다. 빨간 머리앤이라는 제목답게 빨강색 표지의 자그마한 책이 아기자기한 속지가 담긴 이쁜 일기장처럼 보였다. 한 장을 넘기니 빨간 머리앤이 하늘을 날을듯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그림에 미소가 지어졌다. 매튜와 마릴라가 살고 있는 초록 지붕으로 원하던 남자아이 대신 입양된 빨간머리 앤. 역에서 집으로 오는 마차안부터 엉뚱하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앤의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는 말들..  
"다른 사람들은 거길 가로수길이라고 부를지 몰라도 전 언제나 기쁨의 하얀 길이라고 부르겠어요."
어렸을 때 주위의 환경에 이렇게 예쁜 이름을 지어주는 앤이 얼마나 멋있어 보였었는지...
초록지붕에서 꿈과 희망을 키우며 성장하는 앤의 모습을 다시 봐도 새로웠다. 앤과 다이애나의 부러운 우정이야기, 그리고 길버트와 티격태격하다 멋진 커플이 된 사랑이야기, 더우기 예쁜 일러스트가 있어서 다시 사춘기 소녀가 된 양 상상의 나래 속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