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군대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여자들 소위 아줌마들은 아기 낳는 이야기로 많이 이야기를 한다. 세째 아기를 화장실에서 낳아 119를 부른 사람, 일곱달 만에 아기를 낳은 사람, 입덧을 심하게 해서 병원에 입원까지 했던 사람, 10년만에 둘째아이를 가진 사람, 10달째 되어서 뱃속의 아기심장이 뛰지 않아 아기를 잃어버린 사람, 제왕절개해서 네째아이를 낳은 사람, 제왕절개에서 산모가 깨어나지 못한 가슴아픈 사연까지 모두 내 이웃의 이야기이다. 나 또한 첫번째 아기를 8주만에 잃게 되어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다. 한 아기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값진 일일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감수분열은 서로 달라요. 정자의 감수분열기간은 약2개월. 한번에 방출되는 정자 수는 약 5억개. 하지만 난자의 감수분열은 태아 때 다 끝납니다. 여성의 난자는 평생 500개 정도가 방출될 뿐이죠. 다시말해 여러분은 엄마의 뱃속에서 500분의 1, 아빠의 몸속에서는 5억분의 1이라는 좁은 관문을 뚫은 엘리트 유전자들인 셈이죠. 오체만족의 상태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기적인지, 이번 학기 수업을 통해 여러분이 깨닫기 바랍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소네자키 리에는 데이카 대학에서 산부인과 조료로 있으면서 전공은 불임치료로, 대학에서는 발생학을 가르치고 있다.  발생학은 사람이 갓난 아기의 모습에서 탄생때까지의 학문을 말하는 것으로 소네자키 리에는 생명의 소중함과 탄생의 신비로움을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동시에 아르바이트로 일주일에 두번 마리아 클리닉에서 의사로 진료를 보고 있다. 또한 소네자키 리에는 일본의 지역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권력으로 이를 막고자 하는 세력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지켜나가는 소신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마리아 클리닉에는 결혼한지 5년만에 힘들게 아기를 갖게 되는 불임부부, 철없는 빨강머리의 십대 미혼모, 그리고 대리모, 그리고 암투병중인 원장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기형아 임신, 대리모 출산 등 의학계에서 윤리적인 문제시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소설속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고는 딱 꼬집어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이 소설의 작가가 외과의사를 거쳐 현 병리 의사로 근무하면서 의료 소설을 쓴다고 저서 소개에 나와 있다. 같은 작가가 쓴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을 영화화 한 것만 보았는데도 의사들의 세세한 심리묘사가 너무 잘 묘사되어 책으로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 책 역시 한장을 넘기면서 몰입되어 끝까지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 날카로운 비판이 담긴 사회 고발성 소설이라는 소개가 딱 맞는 멋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