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사랑이라는 소제목 밑에 적혀있는 책 제목인 가고일. 이 단어가 생소해서 찾아보니 괴물꼴 홈통 주둥이를 뜻한다고 한다. 기독교 교회의 지붕 네 귀퉁이에 인간과 새를 합성해 놓은듯한 추악한 형태의 괴물이 바로 가고일이라고 한다. 가고일의 뜻을 보고 나니 그제서야 아이들과 함께 탔었던 에버랜드의 가고일의 매직배틀 놀이기구에서 보았던 가고일이 생각났다.  불멸의 사랑이야기일 터인데 왜 제목을 가고일로 붙였을까 하는 호기심은 후반부에 가서야 여자주인공을 통해 알게 된다.

불행한 어린시절을 딛고 잘생긴 외모덕에 유명한 포르노 배우가 되고, 유능한 사업수완을 발휘하여 감독의 자리에 까지 오른 주인공. 술과 마약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자동차 사고가 나서 전신화상으로 흉칙한 몰골로 변해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남게 된다.  괴사조직 제거술로 새까맣게 타버린 자신의 피부에 여러 인종의 시체피부를 이식하게 된다.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여 퇴원하게 되면 자살하겠다는 소망만으로 하루하루 힘든 투병생활을 하던 중에  마리안네 엥겔이 나타난다. 뜻밖에도 700년 전, 중세 독일에서 주인공과 서로 사랑했던 연인사이였다고 하면서 그의 간호를 해주게 된다. 마리안네가 들려준 각기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의 전생 이야기는 너무나 비극적인 불멸의 사랑 이야기였다. 마리안네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꿈속에서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과 만나고,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나오는 지옥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녀를 찾게 되면서 자신과 마리안네가 700년의 사랑으로 연결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괴물의 모습으로 변한 주인공과 괴물의 모습 즉 가고일 조각품을 만들어 내는 마리안네. 그들의 사랑은 불멸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것이다.

두 권으로 된 이 책은 생각보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지 않았다. 특히 초반부에는 주인공의 사고, 어린시절부터의 회상, 그리고 마리안네와의 만남,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담담하게 그려져 있어서일까..  2권에 들어서서야 1권에서 풀어놓았던 여러 퍼즐들이 하나 둘 맞춰지면서 전체의 모습이 그려지니 책 읽는 재미가 쏠쏠해지기 시작했다. 마리안네가 들려주었던 전생의 슬픈 사랑이야기와 자기의 심장을 조각하는 마리안네의 모습, 그리고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통해 사랑의 확인을 할 수 있었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