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독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가방 속에 항상 책은 넣고 다녔었다. 1년 독서량이 꾸준히 20~30권은 됐고, 다독하지 못하면서 욕심은 많아서 구매하는 책은 1년 독서량을 훨씬 상회했다. 이런 내게 가끔 주변에서 왜 책을 읽느냐고 물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사실 본격적으로 독서다운 독서를 한 것은 얼마 안 된 것 같다. 그 이전의 독서는 그냥 좋은 습관으로, 자기소개서의 취미란을 채워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 책에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한 권 가득 담겨있다. 두루뭉술하게 머릿 속을 떠돌다가 사라져버린 독서의 의미와 제대로 독서하는 방법들을 이 책에서 마주하자 가슴이 뛰었다. 책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는 나를 보고 잡생각만 느는 건 아닌가 했었는데 그것이 나름 '독서하고 사색하는' 행위였다. 모르고 한 것들이 나만의 독서 레시피였고, 그것이 어느 정도는 제대로 하고 있던 것임을 확인하니 뿌듯했다.
나이들 수록 활동반경이 줄어드니 내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세상을 마주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독서가 제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접하는 것도 재미있고, 나 자신을 헤아리는 것도 재미있다. 올해는 독서 근육을 키우겠다고 다짐하고 어느 해보다 많은 책을 읽고 있는데 '책 먹는 법'을 읽음으로써 책을 내몸과 같이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욱 단단해졌다. 앞으로도 다양한 책을 읽으며 즐거운 독서 생활을 계속 해나가겠다.
*책 속에서*
-나를 아는 것, 나의 무지를 깨닫는 것보다 더 큰 앎은 없습니다. 질문하는 독서는 바로 그 앎을 위한 작은 시작입니다.
-독자는 자신이 알게 모르게 쌓아 온 선입견으로 책을 읽지는 않는지, 그래서 반성적 자아를 키우는 대신 완고한 자아의 성을 쌓고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독서는 오히려 세상이 인정한 권위 있는 책과 저자를 내세워 스스로의 부족함을 가리려는 허위의 몸짓이 될 뿐입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독서란 믿음이 아니라 의심을 키우는 과정이며,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기보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악에서 경이로 나아가는 것이 독서의 역할이라는 거지요. 왜 그랬을까요? 우리의 경험과 지식은 한정적이고 편협해서 우리를 그릇된 믿음으로 이끌며, 무지에 기초한 그릇된 믿음은 내 마음에 평화를 줄지는 몰라도 세상을 평화롭게 하지는 못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은, 어렵다고 여겼던 앎을 얻는 기쁨만이 아니라 내 안의 세포를 깨워 한계를 넓히는 드문 기쁨을 줍니다. 그러므로 내가 모르는 세상, 내가 모르고 외면했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물론이요.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나를 찾기 위해서도 반드시 어려운 책을 읽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책먹는법,
김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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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록장 천이백육십삼번째.- 책 먹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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