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만 달러가 얼마인지 계산해보니 현재 우리나라 환율로 약 19억 5,000만 원 정도이다. 누군가와 한 끼 식사비용으로 지출하기에 과한 금액이다. 그런데 실제로 미국에서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가 경매 형태로 높은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 2016년에는 약 40억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은 버핏과의 식사를 172만 달러에 낙찰받은 한국 남성 미스터 ‘안’과 버핏의 만남에 관한 짧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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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버핏과의 식사가 약속되었던 시간은 점심이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바람에 저녁으로 변경된다. 만나기 전부터 예상되다시피 버핏과 낙찰자 ‘안(Ahn)'의 만남은 순탄치 않다. 편의점 알바생인데 복권에 당첨된 돈을 한꺼번에 한 끼 식사에 사용하고, 버핏이 식사 자리에서 주는 금융 관련 정보도 거부한다. 격식을 따지는 고급 레스토랑에 나이키 후드 차림으로 입장하고, 처음 먹어보는 코스 음식에 관심도 없다. ‘안’은 정해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다. 버핏에게 ‘안’은 낯선 존재이다. 버핏과 마주한 상황에서 기죽지 않고 태연하고 여유 있는 모습, 버핏을 당황케 하는 당찬 모습은 내가 갖지 못한 것이어서 그런지 부럽기도 하고 좋아보였다. 그러나 복권 당첨금을 몽땅 여기에 올인한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버핏과 같은 가치관으로 ‘안’을 살펴보고 있었다. 나도, 버핏도 기존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접하고 놀랐나보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어도 시대가 저무는 느낌의 밤이었다.”라는 마지막 문장을 한참 들여다봤다. 나까지 '단물 빠진 껌'이 되어 버린 것 같은 여운이 오래 남았다.

버핏과의저녁식사, 박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