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운 목표 중 한 가지가 원서로 된 책읽기였고, 쉬운 일일 듯하여 동화책을 반드시 읽기로 정하였다. 읽고 싶은 책은 많지만, 중도포기가 두려워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 책도 잡지 못하고 있는 차에 <어린왕자>를 만나게 되었다.

 아! 평소 한글판도 내용이 어렵기만 해 다 읽기 전에 첫 페이지를 다시 찾곤 하는데, 영어로 된 책을 언제 다 읽나…….한심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었다. 더구나 불과 몇 달 전인 지난해 말에는 중국어 공부한답시고 중국어로 된 어린왕자를 사서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단어 찾느라 시간 보내기 바빠 결국 책을 책장에 꽂아놓은 지 벌써 몇 달 된 터였다.

 그런데,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문장읽기가 쉬워진다는 것을 느끼자 쾌감이 밀려온다(우하하~~). 물론 겨우 일주일 남짓 하루 몇 페이지씩 잠깐잠깐 짬 날 때마다 읽는 중이라 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이번 어린왕자는 “자신감”이 생긴다. 다 읽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

 잉크의 <어린왕자>는 첫째, 사전 없이도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지나칠 수 있다.

둘째, 복잡한 문장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사전 없이도 그냥 읽을 수 있다.

셋째, 다른 CD가 있는 책들은 CD를 떼어내는 동시에 책이 찢어지거나 훼손되는 반면, 잉크의 <어린왕자>는 책겉장이 두꺼워 CD만 살짝 뜯어내서 들을 수 있다. 사실 맨 처음에는 왠 책 겉장이 이렇게 두껍나 했는데, CD를 분리할 때 책이 훼손되는 것을 최소화시키려는 제작자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어 좋다.

넷째, CD도 듣기에 부담 없어 좋다. 내레이터들이 목소리의 톤을 달리하며 이야기해주듯 읽어주는 어린왕자는 MP3에 담아 출퇴근길에 눈감고 들으면 딱 알맞다.

  

 어린왕자를 읽을 때마다, 나무자전거의 “꽃과 어린왕자”라는 곡이 생각난다.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저 별들 중에서 유난히도 작은 별이 하나 있었다네. 그 작은 별엔 꽃이 하나 살았다네. 그 꽃을 사랑한 어린 왕자 있었다네…….”라고 하는…….

  

 사랑하는 꽃을 남겨두고 다른 별들을 순례하다 지구에 불시착한 어린왕자가 이 세계 속에서 자기가 책임을 져야만 하는 장미꽃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인연을 맺는 일은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것이라는 등의 어려운 말들을 옮겨 적으며 나름 심각한 고민에 싸였었는데, 나이 들어 어른이면서도 새삼스럽게 주옥같은 글로 옮겨 적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