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뇌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모든 것을 뇌과학을 통해 설명하려고 하는 경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광고에도 효과적인 광고를 위한 신경마케팅을 이용한 광고가 등장하고, 상표가치에 대한 폭넓은 적용을 위한 신경경제학, 신경법과 신경정치학까지 그 폭넓은 적용은 끝이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이러한 시도들이 모두 정당한 것인가?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비판적인 시각 없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수용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일기 시작했고, 소수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뇌과학과 인문학을 결합해 새로운 비판적 학문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것이 신경윤리학(neuroethic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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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의문을 가지고 계신 표지 사진. 이 사진은 엑스선으로 촬영한 Florida Apple Snail이다(달팽이의 한 종류).
PET, fMRI 등 진단 영상 의학으로 판단되는 정보만이 '인간'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들이 담고 있는 개인의
내밀한 정보를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것은 과연 적법한가. 또한 그 기술들은 인간의 뇌에 대해 얼마나 정확한 데이터를 담고 있는 것일까.


신경윤리학이란 무엇인가?

신경과학은 우리가 무엇이며 누구인지, 인간의 본질과 관련된 생물학적 토대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나와 뇌의 관계는, 나 자신과 유전체의 관계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또한 신경적 개입은 일반적으로 세대를 거치는 유전적인 개입보다 더 쉽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신경과학으로부터 떠오르는 이러한 윤리적 쟁점들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었다. 신경과학자들은 2002년이 시작되면서야 이 윤리적 문제들을 다루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이 주제는 ‘신경윤리학’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신경윤리학은 신경과학의 윤리적 ․ 법적 ․ 사회적 함의 연구를 통칭하는 용어로서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신경윤리학을 처음 소개한 책은 마이클 가자니가 교수의 《윤리적 뇌》(김효은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2009)이다. 이 책에서 가자니가 교수는 신경윤리학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좀 더 부각시킨다. “신경과학 자체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기 때문”이다.


뇌 속의 인간, 인간 속의 뇌

뇌는 우리 인간 신체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뇌가 죽으면(뇌사), 다른 장기들이 기능하고 있어도 사망 상태로 간주되고, 우리의 말과 행동은 모두 뇌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뇌는 인간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높은 가치를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이런 뇌가 정말 인간의 전부일까? 아니, 뇌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사이코패스나 다중인격 등 정신 상태가 정상의 것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이 책은 비교적 최근 시작된 학문인 신경윤리학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국내외 열두 편의 논문을 엮은 책이다. 신경윤리학이 담고 있는 이 시대의 여러 쟁점들을 통해 신경윤리학이 무엇인지, 뇌과학은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신경과학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모색해 본다. 또한 그 논의가 인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물 신경윤리까지 다루고 있어 그 의미를 더욱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 주기도 한다. 각 논문의 저자들은 신경윤리학계에서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연구자들이며, 이 글을 번역한 신경인문학 연구회 또한 다양한 지적 배경을 갖고 있는 연구자들이 신경과학과 관련된 윤리적, 법률적, 사회적 문제들을 함께 연구하는 소규모 학술 모임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이 모임은 신경과학 연구자와 인문학자 간의 교류, 연구자와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뇌과학 연구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높이고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데 기여해 왔다.

바다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마이클 가자니가의《윤리적 뇌》를 통해 처음 소개되었던 신경윤리학은 이제 《뇌 속의 인간, 인간 속의 뇌》을 통해 그 의미를 본격적으로 확립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 의미의 확립뿐만 아니라 신경윤리학이 현재 말하고 있는 뇌과학의 문제점 또한 낱낱이 밝혀낸다. 세계적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저자들과 국내 전문가의 독창적인 글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현대 뇌과학과 신경윤리학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뇌 속의 인간, 인간 속의 뇌-뇌과학은 인간의 윤리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홍성욱 ․ 장대익 엮음 | 신경인문학 연구회 옮김 | 448쪽 | 신국변형판(137*214)
19,800원 | 2010-03-26 | ISBN 978-89-5561-534-0  03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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