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리깡》은 ‘누군가 필요한 남자’와 ‘필요한 사람이 되고픈 여자’의 흥미진진한 만남을 그렸다. 

“진짜 연애는 싫거든요. 여친 생기는 것도 싫고 (……) 그러니까 당신이 제격이야.” 라면서 뻔뻔하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남자 이글.

 

“제가 필요하나요?.. 필요하다고 말하면 필요한 만큼만 들어줄게요.” 불순한 의도의 데이트에 너무도 쉽게 응하는 이상한 여자 세브리깡.

과연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진 남녀의 즉흥 연애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세브리깡>이 일반적인 러브스토리와는 거리가 먼, 보기에 따라 좀 ‘생뚱맞은’ 연애물처럼 보이는 이유에 대해 강도하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성을 좋아하기 전에 느끼는 필요함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었다.”

강도하는《세브리깡》을 통해 연애가 가진 또 다른 정서를 찾아냈다. 지금껏 우리가 사랑과 배신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연애의 굴곡진 모습에 감탄해 왔다면, 의도적 연애가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에 또 한 번 감탄할지 모른다.

“연애란 이성이 만나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이다.”

 

간단히 정리해 본 <세브리깡> 작가 후기(다음 <만화 속 세상>)

1. 난해하다는 인상을 주지 말자(<큐브릭>처럼 이미지로 서술하는 작품이 독자를 힘들게 한다는 판단).

2. 쉬운 대화체를 사용하자(문어체와 구어체가 오락가락.. 내면의 내레이션을 혼용하면서 의도했던 의식의 혼란과 그로 인한 이중성 효과를 줄여 보자).

3. 반전은 없다(3부작을 관통해 오는 동안 "강도하는 반전물 작가야! 꼭 지독한 반전이 있어! 등의 고정 이미지를 배신(?) 혹은 탈피해야 한다는 생각).

<세브리깡> 간단 줄거리

노아는 동네에서 ‘부탁녀’로 통한다. 그녀의 이름은 부르는 사람에 따라 수십 가지.  ‘세브리깡’이란 이름은 붙여 준 이는 ‘이글’이란 남자. 이글은 고교 동창 초연에게 꽤 오래 전부터 스토킹을 당해 왔다. 진절머리 나는 스토커를 떼어 내기 위해 세브리깡에게 계약 연애를 제안하는데, 자신이 절대 세브리깡을 진심으로 좋아할 리 없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매일 의무적으로 점심 데이트를 하기로 한 두 사람. 세브리깡은 부탁에 의한 건조한 만남인 줄 알면서도 이상하게 흔들리는 감정 때문에 혼란스럽다. 어색하고 서먹했던 둘 사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변해 가는데…….
한편 자신의 인생을 팽개친 채 이글만 쫓아다니던 초연은 갑작스러운 세브리깡의 등장에 당황해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글의 여자를 밀어내기 위한 온갖 수단을 강구한다. 세브리깡의 주변 또한 유독 그녀를 필요로 하는 한 남자가 나타면서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그밖에 이혼의 상처 때문에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이글의 친구 진구와 외모 콤플렉스 탓에 진구의 애틋한 눈길을 매번 오해하는 봄비의 연애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이글의 누나에게 버림받고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이글과 동거하게 되는 순정남 혁도의 사연 또한 재미의 한 축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