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상반기 한국영화 중 최고의 흥행 기대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티저포스터

 영화의 원작 만화, 박흥용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총 3권 세트

박흥용 작가의《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한국 작가주의 만화의 상징적인 작품이다. 만화란 으레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며 구석진 방안에 웅크려 ‘킬킬’대고 싶을 때 펴드는‘오락’이란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독자와 평론가는 물론이고 동종 업계의 경쟁자인 만화가들조차 이 책을 대한민국 최고의 걸작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아무리 떠들어 봤자 입만 아프니, 직접 읽어 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혹시나 ‘그래봤자 만화 따위가 뭘 그리 대단하겠어?’라고 말하는 분들을 위해 굵직한 수상 경력 몇 개를 덧붙인다.

1996년 문화관광부 주최 ‘대한민국 만화문화대상 저작상’ 수상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 ‘한국의 책 100’ 선정
2007년 프랑스 카스테르만에서 프랑스어판 출간

이런 작품이 왜 이제야 영화로 만들어지는 걸까?
박흥용 작가의 귀띔에 의하면 그동안 충무로에서의 입질이 꽤 있었다고 한다. 왜 안 그랬겠는가? 출판사로 문의해 오는 영화 제작사만 해도 여럿이었다. 문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 열풍이 불면서 일찌감치 판권이 팔렸기 때문이었다. 웬만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한 편의 제작비는 영화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원더풀 데이즈>처럼 엄청나게 제작비를 쏟아 부었던 극장용 애니들이 줄줄이 실패하면서 제작비 마련이 쉬웠을 리 없다. 하지만 박흥용 작가는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몇 년을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린 제작사들은 애석하게도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이다.

꾼은 꾼을 알아본다!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과의 운명적 만남!
어쨌든 애니메이션 제작이 완전히 물 건너 간 이후부터 영화화 시도가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박흥용 작가의 입장에서도 장장 7~8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기다리기만 했으니 이번에야말로 멋진 영화로 다시 태어나게 해줄 확실한 파트너를 바랐을 것이다.
한편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로 엄청나게 주목받을 당시부터 《구르믈…》에 대한 제작 의지를 밝혔었다.

맞아. 박흥룡 만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언제 영화로 하려고 하는데, 서자 이야기야. 민중, 대중은 어차피 피지배계급이잖아. 세상의 수직계급화에 모두들 불만을 갖지만 현실에 편승해서 살아야 하잖아. 영화는 판타지니까 그 반대로 가는 거야. 세상의 중심은 서자다, 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씨네21> 인터뷰 기사(2006. 01. 10)

박흥용 작가와 이준익 감독의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것이다. 가상의 캐릭터를 빚어내서 누가 봐도 현실적인 캐릭터로 조율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그런 점에서 박흥용 작가도 안심이 되는지 영화에 맞게 캐릭터나 줄거리가 각색되더라도 괜찮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준익 감독의 솜씨를 믿기 때문이었다.

견자 VS 백성현, 황정학 VS 황정민, 이몽학 VS 차승원, 백지 VS 한지혜
애초 견자 역에 캐스팅되었으나 스케줄이 꼬여 중도하차한 류승범 대신 KBS 드라마 <그바보>에서 김아중의 동생으로 출연했던 백성현이 캐스팅되었다. 황정민과 차승원처럼 믿음직한 배우들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 갈 주요 배역들은 이렇다. 과연 원작 캐릭터와의 각 배우들 간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1. 견자(백성현) 

 

      










특징: 아랫입술이 두꺼워 비가 오면 빗물로 저절로 들어갈 정도. 별명: 개자식
극중 견자의 나이가 열여덟이니 둘 다 파릇파릇하다는 점에선 일단 합격. 하지만 외모 면에서 둘은 닮은 구석이 없어도 너무 없다. 견자의 가장 큰 특징인 두꺼운 입술만 해도 그렇다. 백성현의 입술은 너무 얇고 예쁘다. 촬영 전 보톡스를 맞고 일부러 부풀리지 않는 한 견자 특유의 ’썰어서 한 접시 입술’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싶다. 개인적인 바람으론 견자가 너무 고운 미소년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든 백성현이 지금보다 조금만 망가져 주길.
그나마 다행인 것은 쇠고집에 동네 망나니라 불릴 정도로 반항아적인 성격을 표현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백성현은 이미 <그바보>에서 두 눈을 이글거리며 반항의 포스를 내비친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선 꽃미남 견자로의 파격 변신이 살짝 기대되기도 한다. 

2. 황정학(황정민)

    


특징: 팔다리, 목이 매우 짧지만 팔도에 이름을 떨치는 맹인 검객이자 무면허 침술인.
황정학은 앞을 못 보는 장님이지만 대신 세상을 읽는 눈을 가진 사람이다. 뼈대 있는 가문의 적자로 태어났지만 장님이라는 이유 때문에 아홉 살이 될 때까지 항아리 속에 갇혀 자란 아픔도 지니고 있다. 굉장히 깊이 있는 인물로 배우 입장에서 연기하기가 쉬울 것 같지는 않다. 견자에게 진짜 자유란‘자존심과 오기’라는 항아리가 깨어질 때 얻는다는 깨달음을 가르쳐 준 은인이기에 어찌 보면 견자보다 더 중요한 인물일 수도 있다. 그래서 황정민을 캐스팅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이 작지만 누구보다 큰 속내를 가진 사내를 황정민이 과연 어찌 그려낼까 몹시 기대되기도 한다. 처음과 달리 점점 닮은 구석이 많게 보이는 것도 배우 황정민의 힘일까?

3. 이몽학(차승원)

                                

        

    

특징: 늘씬한 팔등신에 잘생긴 얼굴. 전라도와 충청도에서 알아주는 칼잡이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이다. 부모가 꿈에서 학을 보고 낳아서 ’이몽학’이라고 지었다는 데 진짜인지 확인된 바는 없다. 견자가 두 번째 만남 이후부터 질투하게 만든 당사자이며 가장 큰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중요 인물이다. 견자가 ’나’를 혁명해서 내 안의 숨은 자유를 찾는 방식을 택했다면, 이몽학은 자기를 옭아맨 현실을 혁명을 통해 뒤엎으려 한다.
외모의 싱크로율을 따지자면 차승원에게 일등을 주어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찌 그리 둘 다 길쭉하니 잘 생겼는지, 또한 눈빛으로 내뿜는 카리스마는 보는 사람을 일시에 제압하고 남는다. 아무래도 차승원이 이몽학을 맡는다니 원작에 비해 역할 비중이 훨씬 커지겠구나 싶어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심히 궁금하게 만든다.

4. 백지(한지혜)

                                                      


대쪽 같은 성격의 기생. 기생이지만 아무에게나 마음 주지 않는다. 종으로 태어나 기생으로 사는 기구한 인생의 여인이다. 원작에서는 견자에게 마음을 준 순간부터 모든 걸 버리고 따라나서는데, 영화에서는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천한 신분의 여인이지만 양반집 규슈 못지않은 기개를 품은 눈빛이 매서운데, 솔직히 한지혜의 눈빛은 그에 비해 좀 약하지 싶다. 이목구비가 동양적이고 선이 고운 것까지는 좋으나 포스가 좀 약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여리지만 한편으론 견자를 압도할 정도로 강한 여인의 이미지를 잘 살렸으면 싶다.

‘한국만화의 기둥’ 박흥용 작가

충북 영동 출생. 1981년 《돌개바람》으로 만화계에 데뷔했으며 1986년 《백지》로 <만화광장 신인만화 공모>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파격적인 연출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그림으로 표현한 철학적인 메시지 등 독창성과 예술성에 있어 탁월함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단과 독자의 전폭적인 찬사를 받았다.

대표작 《무인도》《백지》《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내 파란 세이버》《경복궁 학교》《그의 나라》《호두나무 왼쪽 길로》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