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에서도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영화에서는 그 비중이 훨씬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연 황정학, 그는 누구인가? 궁금해할 분들을 위해 원작에서의 엑기스 대사만을 모아
가상 인터뷰를 진행해 봤다.

1. 뼈대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다고 들었는데 어쩌다 떠돌이 침쟁이가 되셨나요?
장님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젖을 떼자마자 항아리 속에 갇혀 키워졌는데 아홉 살이 되던 해에 그 항아리를 빠져나왔지. 즉 가출했다는 얘기야.

2. 항아리 속에서 키워졌다구요?
항아리에 기저귀 차고 들어가면 밥 먹고 똥 싸고 그 안에서 다 해결해야 했어.

3. 태어날 때부터 전혀 앞을 못 봤다면 생활하는 데 많이 불편하시겠군요?
장님으로 태어난 아이는 본능적으로 입을 다시면서 이런 소리를 내지. “따악 따악”
혀로 입천장을 차면서 내는 소린데, 방안을 울리는 이 소리로 물체의 원근을 파악한다구. 컴컴한 우물에 침을 뱉고는 그 침이 떨어지는 시간으로 우물 깊이를 재듯, 장님은 이상한 눈을 갖고 있지.
아홉 살에 집을 나오면서 이 세상에서 믿을 거라곤 오직 막대기 하나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어! 밤에 달이 있고, 컴컴한 방안엔 등잔이 있고, 이 맹인에겐 지팡이가 있다구.

4. 떠돌아다니는 생활이 행여 힘들진 않으신지?
누구를 만나든 일단, 강권해서 침을 몇 대 꽂은 후 “음, 자넨 내가 생명의 은인인 줄 알게.” 하면 끼니와 잠자리가 저절로 해결된다네.

5. 대단한 칼잡이로 이름을 날리셨는데, 황 처사님한테도 무서운 게 있나요?
이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게 맹인이야. 왜? 눈에 뵈는 게 없으니까. 낄낄, 농담이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적은 ‘한계’다. 진짜 자유는 ‘자존심과 오기’라는 항아리에 깨어질 때 얻을 수 있는 거야.

암행어사 이복동생인데 여자 희롱하는 놈, 거시기에 침놓는 사람이다.

6. 가끔 암행처사로도 불린다는데, 무슨 뜻인가요?

7. 칼로 싸우다 보면 행여 사람을 죽이는 경우도 종종 있으셨지요?
사람을 죽인 일은 없다. 혹 짐승은 죽였어도.

8. 집에서도 내놓은 말썽꾼 견자를 제자로 거두셨는데, 견자의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하신다면?
아직은 하루살이지. 하루살이가 아무리 열심히 날아도 하룻길밖에 못 가지만 천리마 등에 붙어 있으면 천리를 가는 거야. 곧 그렇게 되겠지.

9. 조선 팔도에서 웬만큼 이름을 날리는 칼잡이들은 다 상대해 보신 걸로 압니다. 그중에 진짜 칼잡이로 누구를 꼽으시겠습니까?
칼의 노예가 돼서 백정 짓을 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칼을 다스리는 진짜 칼잡이가 있어. 진짜 칼잡이는 칼집에서 칼 빼기가 쉽지 않아. ‘이 칼을 뽑아 내가 얻을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때문이지. 백정 놈의 칼집이 제 칼 하나 간수 못하는 것에 비해, 칼잡이의 칼집은 칼 뿐 아니라 마음까지 단속한다는 말이야. 한마디로 성을 함락시키는 이보다 제 마음을 다스리는 이가 진짜 칼잡이란 얘기야.

10. 끝으로 자식처럼 아끼시는 제자, 견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비뚤어진 세상에 대한 분노도, 영웅심도, 그 어떤 명분도 들의 풀과 꽃 같아서 해가 돋고 뜨거운 바람이 불면 말라서 떨어지기 마련이야. 내가 적으로 삼은 상대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흥하고 쇠하기를 내 칼과 관계없이 한다구.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사당패 광대를 보라구. 얼굴을 감췄으니 병신 노릇도 좋고, 미치광이 노릇도 좋고 거리낄 것이 없잖나. 속모습의 제 얼굴을 겉모습의 탈바가지에 의지하고 만판으로 덩실댈 수 있지. 가면을 빙자해서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고 살판나게 뛰어다니니 그 가면이 광대의 자유가 아니고 뭐냐. 광대가 가면 뒤에 숨어 자유하는 것처럼, 너도 네 칼 뒤에 숨어서 자유해라. 그것이 내 칼의 용도다.

 by 바다앤